◆정영환 중소벤처기업정보화센터 사무국장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3만개 중소기업 정보화지원사업 참여 신청이 당초 예상보다 앞서 최근 완료됐다. 기초정보 소프트웨어,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정보기술(IT) 협업화로 구분해 지원한 이번 사업은 기초정보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확산된 데 힘입어 조기 종료된 것이다.
3만개 중소기업 정보화사업은 일단 수치상으로는 성공적이다.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IT를 활용한 선진경영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촉매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용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의 추진과정에서는 IT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가격경쟁력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IT 전문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몰리면서 출혈을 야기했고, 이는 상당수 업체들의 수익구조를 크게 악화시켰다. 두번째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은 IT 지원대상 중소기업 스스로가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선진 IT솔루션을 구축하고도 활용은 뒷전인 경우가 발생했고, 소프트웨어의 가치도 추락하는 결과를 빚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소프트웨어를 ‘밀어내기식’으로 뿌리는 데 그침으로써 사업 종료 후 솔루션업체가 중소기업의 IT활용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사후지원에 대한 고려와 적합한 지원역량을 보유한 IT기업 선별문제를 미리 고민하지 못한 정책적인 실수라고 볼 수도 있다. 풀뿌리정보화라는 명분과 현실적인 자금지원 효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3만개 중소기업 IT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선 지원대상 중소기업의 꾸준한 관리·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사업 참여 당시 일회성 교육으로는 IT활용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기 힘들다. 특히 표준화된 IT수단을 광범위하게 보급하려는 시도는 중소기업 현장의 특성과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원칙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 정보시스템 도입 후 실제 활용을 위한 현장 컨설팅과 소프트웨어 보완작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보화 인프라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시작에 불과했다. 즉 기본 단계로 하드웨어 구축과 기초 소프트웨어 보급에 치중함으로써 정보화의 기틀은 마련한 셈이다. 이제는 각 기업에 맞는 맞춤형 정보화를 구현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바로 이 단계가 향후 중소기업 정보화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주체인 중소기업은 자사 실정에 맞는 정보화 추진의지를 갖춰야 하고, 정부도 지원대상을 IT솔루션 등 물리적인 결과물에만 두지 말고 유지보수·업그레이드·컨설팅 등 무형의 정보화 지원사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더욱 구체적인 해결 대안은 정보화교육을 담당할 전문가 풀을 광역단위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만 하더라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화교육 전문가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업이 확대된다면 교육 지원 담당자수는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들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기업의 요구사항을 진단하고 재교육을 추진할 수 있는 일종의 현장 전위부대다. 이같은 교육인력 풀을 구축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 정보화와 관련된 경험·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도출된 데이터 또한 활용가치가 높다.
물론 지금도 지역·공단별로 수많은 교육담당자가 있지만 이들의 활동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교육담당자들을 조직(커뮤니티)화하지 못함으로써, 산발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체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교육 담당자 풀은 앞서 제시한 중소기업의 맞춤형 정보화를 이끌어갈 일꾼들이다. 다만 진정한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현장교육 커뮤니티를 통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돼야만 한다. IT솔루션 구축 후를 준비하는 이른바 ‘포스트 3만개 중소기업 IT화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교육전문가 풀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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