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의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한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이 시너지효과 논쟁을 시발로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데이콤은 이미 CDP·SAIF 등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파워콤 지분인수전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고 있다. 다른 사업자들이 단순한 입찰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데 그쳤지만 자사만큼은 컨소시엄을 구체적으로 결성한 ‘준비된’ 사업자로 향후 입찰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콤은 특히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놓고도 SK텔레콤·삼성 등의 잠재 경쟁자의 출현 가능성을 염려해 마지막날 기습적으로 의향서를 내는 등 작전을 방불케 했다.
하나로통신은 애초 LG그룹을 위시해 두루넷과 외국계 투자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도사업자가 되려던 계획이었으나 데이콤의 일격에 다소 맥이 빠졌다. 그렇지만 하나로는 분위기를 추스르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하나로는 시너지 효과와 통신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데이콤보다는 자사가 파워콤을 인수해야 한다며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방침이다. 나아가 하나로는 망 운영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LG그룹 측이 그리고 있는 그랜드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시너지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하나로의 주장에 대해 데이콤은 파워콤의 파워콤 통신망을 활용할 경우 향후 5년간 연간 1조원 이상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파워콤의 광대역가입자망과 데이콤의 유선데이터통신서비스를 결합하면 두 회사의 시너지효과는 물론 파워콤의 수익성도 개선돼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는 설명이다.
데이콤은 특히 그동안 국제전화·시외전화·보라넷·천리안 등 유선중심의 음성 및 데이터통신서비스에 주력해왔으나 모든 통신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는 가입자망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파워콤과 결합할 경우 더 이상의 중복투자를 하지 않고도 전국적인 가입자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하나로는 시내전화 및 광가입자망을 보유한 자사와 파워콤이 결합해야 KT와 대등한 경쟁력을 가진 유선 통신시장의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의 80%에 달하는 7만8000㎞의 전국적 규모의 광케이블망을 확보하면 앞으로 수년간 2조∼3조원에 이르는 매출증대 효과와 투자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파워콤이 보유중인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시내전화사업, 초고속인터넷사업, 전용회선사업 등 통신사업 전부문에 걸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사와의 통합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데이콤은 시내전화 사업자가 아니므로 KT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전용회선사업 외에는 가시적인 통합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데이콤의 관계자는 “데이콤이 이미 주도권을 잡은 만큼 공식적으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통신 3강 구도를 위해서는 연합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두 회사의 논쟁이 오는 6월 파워콤 지분매각 입찰을 위한 컨소시엄에서 서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신경전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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