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덕 과학재단 이사장 cdkim@koef.re.kr>
96년 영국 로스린연구소에서 양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 동물복제를 성공시키면서 과학계는 물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생명복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돼지, 원숭이, 고양이가 속속 복제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가 촉발되며 당연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놓고 과학계와 종교계 및 시민단체가 배아복제연구 등 인간복제와 관련된 연구추진에 찬반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타당한 근거를 내세우고 있고 양쪽 논리가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과학계는 백혈병과 파킨슨병·치매 등 각종 난치병을 퇴치하는 의학혁명으로 인간의 건강한 삶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인간복제 관련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며 이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이로 인해 생길 인권침해나 생명의 존엄성, 사회윤리 파괴 등 얻는 실익보단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관계부처에서 이 문제를 놓고 양측의 의견을 토대로 최적의 방안을 만들려고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과학적인 측면만을 생각할 수 도 없고 또한 생명의 종교적 윤리적 가치만을 고집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서로 수긍할 수 있는 선까지 절묘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적인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인 의사결정 메커니즘 확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사회문화적으로 교육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적절한 과정과 단계를 거치며 충분한 협의와 토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결과를 도출하는 데 익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곧 여러 분야 다양한 색깔의 목소리와 견해 중에서 최대 공약수를 산출하는 정서나 기법들이 구비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학을 중심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아주 과학적인 사안이 가장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인 의식이나 생각 그리고 절차를 바탕으로 결정된다면 본질 자체를 논의할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해집단간 헤게모니 논리나 여론몰이식 등에 의한 결정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성하는 과학계나 반대하는 종교계 및 시민단체가 모두 다 승리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객관성과 보편성을 갖춘 최상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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