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외 지음-고려문학사 펴냄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재산이나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다.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내 어깨를 도닥여줄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보여지길 원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길 원한다. 피곤한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따스하게 감싸주길 원한다. 내 마음 속에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가장 외로울 때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던 것이 아니었던가. 사람이란 개개인이 따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지만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조용히 눈길을 줄 때, 그때 이미 우리는 가슴을 터놓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메모: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이 다사롭다. 그 다사로움에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갖게 되는 계절이다. 마당 한구석에서 노곤한 몸을 뉘고 졸고 있는 병아리나 멍멍이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머금을 수도 있다. 지난 한파에 꽁꽁 얼어붙고 지쳤던 마음이 이 다사로운 햇살에 풀릴 수 있다면, 그리하여 누군가를 받아들이며 먼저 손 내밀 수만 있다면 이 봄은 또 얼마나 찬란할 것인가.
길고 추웠던 계절을 빠져나올 때마다 잊지 말 것은 춥기만 했던 그때, 내게 힘이 돼주고 격려가 됐던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과 손길이다. 그리고 그 소중함을 나누는 일이다. 호된 시절을 겪은 이만이 말 한마디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듯, 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온 우리 역시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잊어서는 안될 ‘따뜻한 빚’들이 있지 않은가. 설사 그 시절, 따뜻한 말 한마디는커녕 차갑고 매운 바람에 가슴만 쓰라렸다 하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에 대해 가졌던 ‘간절한 기대’를 기억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 봄, 아직도 덩그렇게 ‘섬’처럼 홀로 서 있는 이들의 곁으로 다가가기. 그리하여 그들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이며 웅크린 어깨를 펴주고 따뜻한 봄 기운을 나눠주는 일이야말로 이 봄에 우리가 우선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이 봄이 진정 봄다워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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