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일본에는 비트밸리가 있다. 비트밸리는 도쿄 남동부에 위치한 시부야 부근의 인터넷 벤처 거리를 말한다.
비트밸리의 태동은 지난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4년초 디지털개리지, 호라이즌디지털엔터프라이즈 등의 벤처가 시부야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 만들어진 벤처가 하나둘씩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벤처기업들이 시부야로 모여든 이유는 편리한 교통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시부야역은 도쿄, 신주쿠와 더불어 도쿄 시내 3대 역 가운데 하나다. 6개의 전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사통팔달의 입지를 갖고 있다.
시부야가 신세대 거리의 대명사인 점도 벤처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솔루션쪽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벤처와 달리 일본 벤처는 상당수가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몰려 있다. 특히 신세대의 일상적 아이콘인 이동전화 관련 서비스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세대 문화의 중심지에서 신세대와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 필요했다.
원활한 인력 수급도 비트밸리 형성에 일조했다. 일본의 인터넷 서비스나 콘텐츠 관련 교육은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전문학교에서 주로 이뤄진다. 비트밸리 주변에는 도쿄 전체의 컴퓨터나 멀티미디어 관련 전문학교 25% 정도가 몰려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부야로 벤처가 속속 모여들었고 작년 말을 기준으로 비트밸리의 벤처수는 400개를 넘어섰고 지역도 시부야 인근의 아카사카, 아오야마, 에비스 등으로 확대됐다.
일본의 유력 경제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후지쯔총연에서 조사한 도쿄의 인터넷기업 분포를 보면 비트밸리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다.
도쿄 23개구의 인터넷기업 수는 모두 1279개. 그 가운데 비트밸리를 형성하고 있는 시부야구와 미나토구에 37%인 471개가 몰려 있다.
비트밸리의 인터넷기업 중에는 야후재팬이나 온더에이치, 사이버에이전트, 인터큐 등 자스닥에 상장한 업체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또 드림아트나 네트에이지 등의 업체도 신흥 인터넷 중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트밸리의 인터넷기업은 대부분 94년 이후 창업한 벤처로 종업원 수는 평균 56명이다. 30인 이하가 3분의 2를 차지하며 10% 정도는 100인 이상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벤처 관련 조직이 많지는 않지만 99년 7월 만들어진 비트밸리어소시에이션(http://www.bitvalley.org)이 주목할 만하다. 출범 당시 비트밸리어소시에이션의 회원은 10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6000여명으로 늘어나 비트밸리 벤처의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쿄=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日 도쿄 23개구의 인터넷기업 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