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과학과 문화 `두 기둥`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최 영 환 choiyh@scienceall.com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 중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철리를 극명하게 집약시킨 명구다.

 이것을 과학과 연관지어 대입해 보면 ‘과학을 위한, 과학에 의한, 과학의 문화’로 표현될 수 있다. 언뜻 과학만능주의적인 표현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지 않지만 본격적인 과학의 시대자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 과학과 문화라는 양 기둥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방향과 전략을 함축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먼저 ‘과학을 위한’ 문화다. 과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기술은 분명 경제발전을 위한 핵심수단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을 지속적으로 진흥시키자면 인력도 , 투자도,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토양과 국민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특히 사회각계의 지도층 인사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사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지난해 과학문화재단은 한·미 양국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이해도를 조사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진 국민층이 미국의 경우 44%, 우리나라는 12%, 그리고 과학기술에 관심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층이 미국이 12%, 한국이 4%로 조사됐다. 유럽 여러 선진국들의 경우도 미국 수준에 버금가거나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과학을 위한’ 문화운동이 보다 활발하게 전개돼야 할 시점이다.

 다음은 ‘과학에 의한’ 문화다. 과학은 정치·경제·사회·예술 등 다른 부문의 문화와는 서로 이질적이고 때로는 단절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부문간의 경계영역이 모호해지고 상호복합·연계되어 가는 소위 ‘블러(blur)화 시대’와 ‘네트워크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는 거기에 걸맞은 새로운 종합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크다. 이러한 견지에서 과학을 다른 부문의 문화와 밀접히 융합시키되 각 부문의 핵심인자로 투입시켜 새로운 차원의 미래지향적인 종합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국리민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행정 속에 과학이라는 요소가 그 가운데 위치에 자리잡도록 할 때 과학기술 중시의 정책결정이나 제도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고 오늘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경영 속에 과학기술 인자가 중추가 될 때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가가치 제고도 촉진될 것이다.

 그 다음은 ‘과학의’ 문화다. 이것은 바로 ‘합리와 효율과 창의’로 집약되는 과학정신을 의미한다. 앞에서 본 ‘과학을 위한’ 문화가 경제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기반조성이라는 의미에서 수단적이고 물질지향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면 ‘과학의’ 문화는 그 자체가 문화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목적 및 정신적 측면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정신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치관 속에 널리 침투·확산될 때 우리는 참된 의미의 선진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는 비합리, 고효율·저비용, 적당주의, 외형적 형식주의, 모방과 답습 등 바람직하지 못한 각종 행태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학문화의 창달과 확산을 위해서는 각급 대중매체의 활용, 과학교육의 강화, 물적·제도적 인프라 확충, 각종 강연회, 전시회, 축전, 경진대회 등 과학이벤트의 활성화, 시상과 격려제도, 인력양성 등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국민의 의식과 가치관 형성, 그리고 사회적인 여론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대중매체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오늘날 대중매체의 수는 여러가지 형태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과학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거기에 담을 내용물로서의 유익하고 쉽고 재미나는 과학콘텐츠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이 연간 5조원인데 그 중에서 4∼5%만 과학콘텐츠를 비롯,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삼중적인 과학문화사업에 효율적으로 할애될 수 있다면 과학기술 개발의 실질적인 효과가 배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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