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여의도에는 점심시간만 되면 식사전쟁을 치른다. 타이밍을 못 맞추면 10∼20분 기다렸다 점심을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업소측에서도 손님을 가급적이면 많이 끌기 위해 갖은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당 종업원들은 되도록 빨리, 한 사람이라도 더 손님을 받으려고 온갖 극성을 떨게 되고 손님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짝 취급을 하기 일쑤다.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도 불친절한 서비스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여의도라는 특성을 감안, 일정부문 그냥 넘기는 실정이다.
어제는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종업원이 쫓아오더니 그 자리 말고 이미 손님이 차 있는 테이블에 끼어앉으라고 말을 했다. 앉으려는 자리는 텅텅 비어있는데도 말이다. 먼저 왔는데 빈 자리를 놔두고 왜 우리가 합석을 해야 하느냐고 항의를 해봤더니 막무가내로 지정한 자리에 앉으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왔다. 기분이 상한 나와 동료는 얼굴이 붉어진 채 그 식당을 도로 나왔다. 식사를 하러 왔던 손님이 기분이 상해서 돌아서는데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서는 그 종업원의 얼굴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월드컵 대회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전국민이 합심하여 친절운동을 벌여도 시원찮을 이 마당에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무례한 언동을 일삼아서야 어찌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한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겠는가.
IMF 이후 각종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경직되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월드컵이야말로 그런 각종 위기에서 우리를 구출시켜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언론에서도 대통령 후보경선에만 치중하지 말고 대국민 친절운동 등을 벌여 비굴함이 아닌 당당한 친절함으로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짧은 기간 동안 외국을 방문할 경우 그 사람이 가장 먼저 접하는 택시기사와 호텔·음식점·기념품점에서 그 나라 이미지의 90% 이상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볼 때 하찮은 서비스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 이 대회를 잘 이용하여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살 수 있는 길이고 또한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고미정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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