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전자업체로 지난해 전세계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한 지멘스가 올해 안에 선보일 제3세대(G) 휴대폰에 최대 경쟁업체 미국 모토로라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 휴대폰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에 따르면 지멘스는 3G 휴대폰의 독자개발을 포기하고 모토로라가 개발한 3G 휴대폰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받아 3G 휴대폰을 생산해 올 연말부터 전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지멘스는 3G 휴대폰을 개발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을 덜 수 있고 모토로라도 거액의 로열티 수입을 거둘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 3위를 나란히 기록했던 이들 업체간 이번 제휴를 계기로 오는 2003년부터 형성될 3G 이통 단말기 시장에서 메이저 업체들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 벤 우드는 “지멘스가 이통 단말기 2위 업체인 모토로라와 맺는 제휴가 본격적인 합작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될 경우 지난해 일본의 소니와 스웨덴의 에릭슨 간 제휴에 이어 세계 이통 시장의 또 다른 지각 변동을 예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전세계 휴대폰 업체들은 절대적인 수요 감소에 이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5%를 기록한 노키아 한 회사만 약 20%대의 높은 경상 이익을 냈을 뿐 2∼5위를 기록한 메이저 업체들까지 모조리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멘스가 최대 경쟁사의 하나였던 모토로라와 제휴하는 것도 “1등만 큰 돈을 벌 수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세계 3위 이통 단말기 업체인 지멘스는 이에 앞서 일본의 도시바와도 휴대폰 부문에서 제휴했으나 기술적인 한계에 봉착해 지난해 12월 관계를 끝냈었다. 지멘스는 그 후 모토로라와 제휴를 적극 추진해왔다.
지멘스와 모토로라간 제휴가 발표된 15일 프랑크푸르트 및 뉴욕 시장에서 거래된 양사의 주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맞물려 1.1%(59.88달러)와 3.4%(13.93달러)가 각각 상승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사진; 지멘스가 차세대 휴대폰에 경쟁사인 모토로라 칩과 소프트웨어를 쓰기로 했다. 지난 3월 하노버 세빗에 출품된 모토로라 A820 UMTS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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