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300㎜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잇달아 설비투자에 나서 시장재편을 둘러싼 대회전이 예상된다.
인텔·삼성전자·TSMC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당초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던 300㎜ 웨이퍼 대량생산체제(월 1만장 규모 이상)를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초로 앞당기기로 결정하는 등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본지 4월11·12일자 1면 참조
이처럼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300㎜ 웨이퍼 설비투자를 앞당기는 것은 지난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으면서 투자능력이나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후발 군소 업체들의 자연도태 등 업계의 구조조정을 기대했으나 최근 D램 업체들의 합종연횡과 IT 경기회복, 중국업체들의 시장참여 등으로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는 현재 가동중인 300㎜ 반도체 일관생산라인(팹·fab) 2개 이외에 하반기에 300㎜ 전용팹 2개를 추가하고 월 5000장인 300㎜ 웨이퍼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월 1만3000장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TSMC는 또 대만 정부의 투자 규제가 완화된 중국 본토에는 200㎜(8인치) 웨이퍼 공장 2개를 설립해 최근 300㎜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경쟁업체인 UMC와 한국·중국·동남아지역의 후발업체들을 기술·양산능력·원가경쟁력에서 확실히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반도체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월 3000장 규모에 머물고 있는 300㎜ 웨이퍼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월 1만장으로 확대하는 한편 300㎜ 전용라인인 12라인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중이다.
독일 인피니온은 최근 독일정부로부터 2억1900만유로를 지원받아 드레스덴에 300㎜ 팹 증설작업에 들어갔으며 대만 모젤바이텔릭과 설립한 300㎜ 공장 프로모스 이외에 윈본드·냔야 등과도 제휴를 추진중이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 사업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도미니온 공장과 자체 유타주 리하이 공장에 300㎜ 전용팹을 설립하기로 하고 투자시점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텔 역시 현재 펜티엄4를 생산중인 오리건주 300㎜ 개발팹 D1C에 이어 오는 3분기부터 300㎜ 전용팹 ‘Fab11x’를 뉴멕시코에서 가동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300㎜에 대한 투자가 적은 AMD를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300㎜ 팹 투자는 너무 서둘러서도 너무 늦어서도 안되며 시장회복 시점을 잘 예측해 적기에 투입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 “그러나 리딩컴퍼니들의 숨은 의도는 후발업체들을 영원히 따돌려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데 있어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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