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 진화를 위한 제언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회장(krlee@auction.co.kr)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터넷은 초고속통신망을 중심으로 한 하드와 스피드, 양 중심의 관점에서 이뤄져 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OECD가 선정한 세계 1위의 초고속통신망 이용국가로 인정받기도 했으며, 우리의 인터넷 시장은 테스트마케팅 시장으로 비춰질 정도로 성숙기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인터넷산업이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편리성과 소프트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터넷업계의 한글주소 서비스는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한글주소란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인터넷기업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http://www.kinternet.org’라는 영문 주소를 기입하지 않고 ‘인터넷기업협회’라고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에 연결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또한 전자우편에도 굳이 영문이니셜이나 닉네임을 입력하지 않더라도 ‘이금룡@인터넷기업협회’로 명기하면 메일전송이 가능한 한글서비스를 이른다.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국내에서 통용되는 ‘.co.kr’ ‘.com’ ‘.net’ 등 영문 도메인수는 현재 150만개에서 200만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한글주소의 보급률은 10%를 밑돌고 있는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다.

 앞으로 인터넷 한글주소 이용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영문도메인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도메인 브랜드의 전달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터넷 마케팅은 이미 상용화된 비즈니스 방식이다. 이러한 e비즈니스에서 인터넷주소는 마케팅 주체의 브랜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인터넷 이용률이 성숙단계에 있고 별도의 자국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영문도메인만으로는 한계성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이미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는 영문도메인을 사용하더라도 수요자나 투자자들의 인터넷 접근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이제 온라인사업을 시작하려는 소기업의 경우 자사의 이미지를 담은 영문도메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영문화하기가 힘들거나 중복사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용에 한계가 있다. 가령 ‘천국초등학교’라는 학교가 생겼다면 홈페이지를 만들 때 영문이름은 ‘heavenprimary’ 또는 ‘heaven’ 등의 영문명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은 외우기도 힘들고 학교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 한글이름을 그대로 쓸 수 있다면 브랜드 전달성이나 인터넷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기업의 온라인화 지원사업인 소기업 네트워크 사업에 한글주소 이용을 접목시킨다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인터넷의 편리성 제고와 이용인구의 저변확대를 통한 시장확대 측면이다.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일반 주부나 노인층 등 인터넷 소외계층들은 대부분 영문에 대한 저항감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률 확대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한글주소가 확대된다면 결국 인터넷 이용률이 높아지고 인터넷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보편화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돼버린 e메일 이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문철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서 발신오류가 나는 경우는 e메일 사용자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한글주소로 이용된다면 이러한 불편은 크게 감소될 것이며 결국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편리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글주소 확산 이외에도 사이트마다 복잡하게 돼 있는 회원가입 절차를 쉽게 전환하는 일도 필요하다. 외국인이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 등 그 방법과 아이디어는 많다. 우리의 인터넷 시장은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 성장해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한 단계 진화된 인터넷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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