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이동통신 남북교류

 ◆조성갑 한국이동통신수출진흥센터 원장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달에 북한 평양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될 ‘손전화(휴대폰)시스템 구축 입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당서기처가 중심이 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한의 이동통신산업은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이룬 것을 비롯해 기초기술·디자인·생산기반과 3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시장 등 모든 이동통신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CDMA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고 있는 가히 이동통신 종주국이라 불릴 만하다. 또한 98년 18억달러이던 이동통신 수출이 매년 급증해 지난해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50억달러, 2005년까지 35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가적 수출전략산업이다.

 이렇듯 이동통신산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업들에는 300억원에 이르는 사업 규모도 규모지만 한번 시장진출의 시기를 놓치면 두 번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려운 통신시장의 특성상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남북교류가 잠시 주춤한 시기에도 유독 IT분야만은 활발한 교류가 있어 왔는데 북한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남한의 CDMA방식을 시스템 표준으로 채택하는 데 욕심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린다고 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북한에는 이미 98년 태국의 록슬리퍼시픽사가 북한 조선체신회사(KPTC)와 동북아전신전화회사(NEAT&T)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나진·선봉지역에 유럽형 이동통신방식인 GSM사업권을 갖고 지난해 말까지 전화 5000회선을 비롯해 5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바로 이 KPTC가 북한의 이동통신사업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술표준을 정한다는 것은 곧 시장 전체의 향배를 결정하는 것을 말하며 자칫 현재 평양과 북한을 비롯한 인근 중국 동북 3성 및 연해주를 포함하는 이동통신사업권이 외국계 GSM사업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일 이후의 북한 내 이동통신 수요의 증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GSM방식으로 외국 업체에 넘어간 사업권을 다시 한국식 CDMA방식으로 바꾸려면 우리가 치러어야 할 대가가 엄청날 것임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렇기에 이번 입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도 금번 북한의 휴대폰시스템 입찰에 지대한 관심과 국제적 협조체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바라건대 북한의 휴대폰시스템 사업권은 세계 최고의 이동통신산업 경쟁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가진 우리에게 돌아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간 표준화된 이동통신서비스 기반으로 남북이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남북 양측의 IT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동기술·공동표준·공동연구 등의 기반사업들이 본격화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통일을 위한 일정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모양 좋게 세계시장을 향해 한민족이 같이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앞선 이동통신 제품과 기술로 세계시장 제패를 넘보는 우리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서도 환태평양 CDMA벨트 구축과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CDMA실크로드 구축 등에 북한시장은 앞으로의 중요한 전략거점이 될 것이다.

 “가까이 앉아야 정이 두터워진다”는 북한속담이 있다. 금번 북한의 이동전화시스템 입찰건이 남북당국·기업간 교류의 촉매제가 되길 바라며, 우리의 CDMA 기술로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통화하고, 서로의 정을 느끼고, 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