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가정 인터넷 정보기기

 ◆<김회동 인포부브 대표 hoedong@infomove.co.kr>

거실과 부엌, 안방에서 전쟁이 한창이다. PC와 인터넷이 공부방과 서재를 차지하고 난 후 비어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의 주인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의 선두 쟁탈전에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기계를 두려워했던 중년의 주부들도 인터넷이 제공하는 이기를 떠나서는 동네 반상회에서 대화거리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개인방송과 채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대화 공간이 마련된 이후 가정에서 아이들과 남편을 기다리며 가사일에 무료함을 달래던 가정 주부들에게 편안하고 다양한 만남과 정보를 제공해 주부들의 삶에 새로운 생활의 활력이 된 지도 오래됐다. 이제 인터넷과 컴퓨터는 직장인과 학생들만의 차지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다 주부들이 가진 막강한 소비 파워를 생각해 보면 주부를 대상으로 한 미래형 네트워크 가정은 선두 기업체들이 놓치고 지나갈 시장이 아님이 분명하다.

 또한 건설교통부가 2001년 5월 신축 아파트 단지 건설 기준에 초고속 정보통신 설치를 의무화함에 따라 휴식 공간이던 가정에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가전 업체들은 가정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확대와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 비어있는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네트워크 가전 제품들을 보면 전쟁은 이미 중반기로 접어들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전자레인지까지 인터넷 접속이 되고 인터넷을 통해 제어가 가능해졌다.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냉장고에서 아들에게서 날아온 e메일을 확인하고 쇼핑을 하다가 생각이 나면 휴대폰을 사용해 세탁기를 원격 작동시킬 수도 있다. 디지털TV, 셋톱박스, DVD플레이어 등을 통해 TV 시청 도중 인터넷에 접속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한 디지털 콘텐츠를 거실에서 편하게 즐길 수도 있다. 이제 귀가하기 전에 미리 집안을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온도 조절을 할 수도 있고 혹시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았나 하는 걱정도 휴대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끝이다. 편한 세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제품들이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두 기업들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제품들이 주부들의 생활패턴, 소비성향 그리고 주거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보검색을 부엌에서 해야 할 정도로 부엌과 PC가 있는 서재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 그리고 냉장고나 세탁기, 전자레인지에서 정보검색을 하는 것은 그리 편한 행동이 아니며 주부들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정보검색 욕구를 많이 느끼지 않는다. 세탁기 조작을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또한 그냥 몇 걸음 걸어가서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더 번거로울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가전기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도 문제다. 아무리 주부들이 인터넷, 컴퓨터와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해 저장한 디지털 콘텐츠를 CD·DVD 플레이어 등을 통해 공유한다는 것은 가전제품의 간단한 기능만을 다루어 오던 주부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어 네트워크도 그렇다. 가정관리 및 보안,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현재 홈 오토메이션 중 가스누출 감지와 온도 조절을 제외하면 투자 비용에 비해 실제적인 이용 효율성이 너무 낮다. 소비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들은 주부들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행동을 번거롭게 만들지 않는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해야 주부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디자인 단계부터 철저한 전략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향상이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그 행동의 불편함을 해소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해야 한다. 실제적으로 주부의 생활 패턴을 잘 이해해 그들의 하루하루가 그 정보기기로 인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 고려해야 할 부분은 가격 대비 실질적인 혜택이다. 만일 새로 나온 제품이 주부들의 생활에 한가지 혜택을 주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제품들을 교체해야 하는 것이라면 구매를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제품 사용 경험자들이 그 제품 없이 불편함을 느낄 만큼의 혜택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면 안방과 부엌에서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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