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술렁이게 했던 ‘일본 3월 경제위기설’이 소리소문없이 꼬리를 감췄다. 지난 한달동안 일본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가 반등, 1100선 전후대를 오가며 일본 경제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엔화 역시 달러당 128엔까지 강세를 보이는 등 130엔 초반에서 안정세를 보여 급락의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를 중심으로 ‘일본 위기설은 없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올초 주가 폭락과 엔 가치하락이 이어지면서 회계연도 결산시점이자 예금전액보호제도인 페이오프 폐지 직전인 3월에 기업과 중소은행이 연쇄 도산에 휩싸일 것이란 ‘3월 위기설’은 그동안 증권가와 금융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는 2월말 ‘디플레이션 대책안’을 발표, 직접 대응에 나섰다.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금융시스템 안정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공적자금 투입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특히 2월에는 주식시장 공매도 규제 강화를 실시, 일정 정도의 효과를 거두면서 주가의 급하락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3월 금융경제월보를 통해 향후 경제 전망을 ‘계속적인 악화’에서 한단계 높은 ‘전체적으로 조금씩 악화’로 상향 수정하고 민간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이번 2분기에 경기 바닥을 치거나 이미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에 바닥을 지난 것이 아니냐는 등 낙관론이 급속도로 힘을 얻고 있다.
◇희망의 목소리=해외 수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엔 가치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 미국 경제의 빠른 회복 등 수출 환경 개선에 힘입어 지난 1월 수출수량이 전월 대비 10% 증가, 17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내 제품의 재고조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월의 제품 재고율지수(95년=100기준)는 109로 지난해 3분기의 116.6보다 개선됐다.
또한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영업적자폭이 늘어난 데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증가가 큰 폭을 차지했던 만큼 올해는 그 열매를 수확할 때라는 기대감이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최근 발표한 올해 3월 회계연도 예상 적자폭 4380억엔 가운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비용 3500억엔이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내년도에 영업이익 1500억∼1600억엔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전히 불길한 수치들=일본내 설비투자 감소가 확대되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수인 1월의 기계수주가 전월대비 6.2% 감소한 1조7646억엔에 그쳤다. 경제사회종합연구소는 올 1분기의 기계 수주는 전분기 대비 3.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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