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러시아의 20∼30대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마샤나’라는 다소 생경하고 천박스럽기까지 한 인터넷 카툰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유럽은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무대로 러시아의 어두운 사회현실을 풍자하는 인터넷 카툰 마샤나(mult.ru)가 러시아 X세대의 새로운 자화상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카툰이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지 채 5개월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 신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근무시간에 직장 컴퓨터로 이 카툰을 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상당수 직장에서는 아예 이에 대한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샤나는 카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그녀는 몸통보다 큰 머리에다, 툭 튀어나온 눈, 얼굴 전체를 가리는 큰 입 등 한마디로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희화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술과 마약, 섹스에 찌들어 있는 지독한 게으름뱅이에다 거침없이 상소리를 내뱉고, 항상 낄낄거리는 천박한 웃음을 달고 다니는 등 그 행동거지 또한 올바르다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런 마샤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제작자 알렉산더 플류세프는 “그녀가 러시아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상만사가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그녀의 태도가 우울한 현실에서 탈피해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하려는 러시아 신세대들의 성향을 그대로 대변한다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승강기가 고장나 그 안에 갖혀 있으면서도 남자친구에게 “그래, 그럼 섹스나 하지 뭐”라고 말하는 그녀의 무관심이 신세대들에게 어필했다는 설명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거칠고 천박스러운 모습도 사실은 암울한 현실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현실을 공유한 신세대들에게는 연민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암울한 현실로 인해 마샤나는 기존의 사회질서를 철저히 무시하고 이런 태도가 신세대들에게는 카타르시스로 작용해 카툰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고 플류세프는 말한다.
서른두살의 러시아 직장인 사모키나는 마샤나가 왠지 자기 모습을 닮은 것 같아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발랄하고 자신감 넘친 서유럽 신세대들에 비해 러시아 신세대들은 아직도 그들의 우울한 사회현실을 의식하며 사는 것 같아 보는 느낌이 씁쓸하다.
<런던=권희진통신원 hj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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