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통정보센터 노시종 상무 rsj@eankorea.or.kr
최근 새로운 유통업태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할인점들의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깨끗하고 잘 정돈된 상품 진열과 백화점 수준의 쾌적한 쇼핑환경 그리고 수많은 고객들이 구입한 다량의 상품을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할인점은 IMF 이후 급속히 늘기 시작해 지난해 말 현재 3000㎡ 이상 규모의 할인점 매장은 215개에 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2005년까지는 매년 40∼50개의 점포가 새로 문을 열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할인점들의 2000년 경영지표를 살펴보면 할인점의 평균 매출이익률은 14.8%, 영업이익률은 0.3%로 나타난다. 여기서 금융비용을 빼면 순익을 남기는 점포는 거의 없는 실정인 셈이다.
세계 1위의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는 지난 2001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이 5.2%로 국내 할인점보다 무려 17배나 높다. 올초 몰락한 K마트도 점포 수는 월마트의 3분의 2에 달하지만 계속된 적자로 파산에 몰리고 말았으며, 월마트는 일본 4위의 슈퍼체인 세이유를 사실상 인수해 일본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K마트나 세이유는 모두 점포수가 많은 할인점이었으나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어들고 이익을 내지 못해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유통업체로서 적정마진을 유지하면서 매출을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출점경쟁 위주의 점포확대 전략보다는 과거 비합리적인 업무관행을 효율화해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유통산업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분야가 공급망관리(SCM)라고 할 수 있다. SCM은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와는 달리 기업 내부의 노력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간, 특히 거래업체간 공동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고 그만큼 유통산업의 효율성을 제고시켜주기 때문이다.
SCM이란 조달·생산·수송·보관·판매에 이르기까지 공급업자·제조업자·물류업자·운송업자·도소매업자가 상호협력(collaboration)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고객과 관련된 상품(제품)·정보6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조직·프로세스 등을 개선, 공급체인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경영혁신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유통효율화 추진전략으로 SCM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국내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 바코드와 전자문서 도입 및 사용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서로 다른 업무프로세스를 하나로 묶는 시발점으로 서로 이질적인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SCM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할 인프라다. 이는 또 산업간·국가간 거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둘째는 국제표준을 활용한 전자문서교환(EDI)·POS시스템·전자카탈로그(KorEANnet) 등 3대 기반기술의 확산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현재 부분적으로 서비스되는 전자카탈로그는 온라인(인터넷)을 통해 오프라인상의 모든 상품정보를 실시간에 제공할 수 있어 앞으로 유통단계별 상품정보 조회 및 구축에 따른 업계의 중복투자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외 유통산업의 정보네트워크화와 SCM을 크게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는 기업간 상호협력이다. 사실상 지금까지 우리의 유통환경은 치열한 경쟁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협력업체와 경쟁업체 모두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이 더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생의 목표가 거래업체 사내외 모든 임직원들에게 공유돼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책임의식이야말로 성공적인 SCM추진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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