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일탈

 ◆최기봉 볼랜드코리아 사장  kbchoi@borland.com

수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물결처럼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끓임없이 오고 간다. 정신없이 울려대는 전화벨소리만큼이나 창밖의 풍경도 분주하기만 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 문득 우리는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이렇게 바쁘게 살아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 것인지 생각하다가도 이내 전화벨소리에 다시 일하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정보기술(IT). 변화, 새로움, 혁신을 기본 속성으로 하는 IT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그 최전선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IT 종사자들은 따라가는 길의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신제품도 다 알기도 전에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다 IT신문의 상당부분은 경쟁사의 신제품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신기술을 고객들께 알리고 서비스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늘 업무에 파묻히는 일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을 연상하고 그에 대해 사고할 만큼 대부분의 우리네 삶은 그렇게 여유있지 못하다. 하지만 모든 인생의 한 내면에는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과 이를 찾아나서고자 하는 욕구뿐만 아니라 한순간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돼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하나 화려한 외출은 아닐지라도 가끔은 일상에서 일탈하는 시간을 갖는 게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다. 특히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IT 종사자들에게는 일상에서의 일탈이 자신을 재충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에 만행이라는 용어가 있다. 걷고 이야기하고 차를 마시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며, 빰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를 듣고 친구와 악수를 하면서 감촉을 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수행이며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모든 것이 바로 만행이다는 것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보통사람들이 일상에서 만행을 음미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라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번씩 자신의 세계를 돌아볼 일상에서의 일탈이 그래서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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