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대학 벤처창업의 성공조건

◆배명진 숭실대 벤처중소기업센터소장 mjbae@saint.soungsil.ac.kr

　

　현 정부가 잘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대학내의 벤처창업지원정책을 들 수 있다. 대학내에서 벤처창업을 육성하게 되면 교과과정이 실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지역별로 분산돼 있는 대학들의 특성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박사학위 소지자의 80% 이상이 배치돼 있는 대학내의 우수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며 산업에 필요한 유능한 인력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정부에서는 대학내에 벤처창업지원센터를 설치, 시설설비나 운영비를 일부 지원해 주고 있다.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학내 벤처창업이 지속적인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벤처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유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부지원과 창업아이템이 뒷받침돼도 벤처창업자 스스로가 자신감과 추진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수가 벤처창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유능한 제자를 발굴, 기술이나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캠퍼스의 벤처창업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두번째로 우리나라 대학의 업적평가방식은 벤처창업의 육성방향과 거리가 있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매년 연구업적을 평가해 재임용이나 승진에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은 국내외의 유명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기술개발이나 창업도출 등과 같은 실용적인 업적은 거의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학내 벤처창업을 잘 육성하려면 교수들의 연구논문 업적과 함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특허나 소프트웨어 등록 등과 같은 지적소유권의 결과도 높은 점수를 주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로 오늘날의 대학 캠퍼스에는 학생들의 교육여건이나 거주공간이 아주 부족한 상황이라서 대학은 건물이나 시설물을 벤처창업을 위해 우선적으로 제공해줄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 전공실험실은 인접 전공실험실과 공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대학원 연구생들이 거주할 공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 있는 대학들에 벤처창업을 위한 캠퍼스의 공장등록을 허용한다거나 1실험실 1창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구호성 육성방안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이 벤처창업용으로 캠퍼스내 토지나 시설을 제공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벤처창업 건물의 건립금을 일부 지원해 주어 그 건물이나 시설의 관리권을 일정기간 서로 공유함으로써 해결가능하다.

　네번째로 벤처창업의 지원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시작품 개발까지를 대학에서 해결하고 상품화·기업화·공장화 등의 단계는 벤처캐피털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외부에서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벤처창업 지원체제는 대학에서 막 배출된 벤처창업자를 계속 지원해주는 성장촉진 단계가 아주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벤처창업을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와 대학은 대학 내에서 초기 벤처보육을 끝마친 창업업체를 전문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물적·인적 지원체제를 캠퍼스 근방에 유치해 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벤처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지자체·학교 등에서 서로의 역할에 맞는 전문성과 지원체제가 유기적으로 협조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야말로 벤처창업에 거는 기대가 바로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