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DSL 조기도입 주장 왜 나오나

 최근 VDSL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현재 ADSL분야의 최강자인 한국의 위상에서 미래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ADSL을 기반으로 이룩한 세계 1위의 초고속인터넷 사용국가 위상을 유지하고 세계 초고속인터넷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육성전략을 마련,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ADSL과 케이블모뎀 등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사용자가 이미 1000만명에 육박, 그동안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한 ADSL의 성장이 사실상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ADSL에 비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고도화를 실현할 수 있는 VDSL이 국내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 솔루션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VDSL기술의 상용화가 급진전하고 있고 ADSL에 비해 2∼3배나 비싸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했던 VDSL장비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 VDSL서비스 도입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ADSL과 더불어 VDSL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통신사업자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KT·데이콤·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초고속인터넷시장의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아직도 VDSL 투자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크게 엇갈려 상용서비스 추진시기 및 장비도입 물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ADSL에 대한 투자를 단행,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VDSL서비스를 위해 신규투자에 나서는 것은 중복투자의 우려가 높고 투자비 회수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내 초고속인터넷산업의 고도화를 차질없이 추진하고 세계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VDSL분야에 대한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산업정책을 마련,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VDSL은 기술적으로 20Mbps 이상의 속도를 지원하는 데다 상하향 전송속도가 동일한 기술적 특성을 갖고 있어 ADSL 기반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주문형비디오(VOD)와 원격교육, 고화질TV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VDSL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면 국내 초고속인터넷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또 VDSL은 가입자망 고도화의 종착점인 FTTH(Fiber To The Home)로 진화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담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산업 고도화 전략에도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VDSL서비스의 도입 및 산업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우선 초고속인터넷망의 고도화에 적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8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해도 적정수준 이상의 자동차 통행이 없다면 고속도로 건설이 명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ADSL서비스 도입과정에서 표출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핵심칩 등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적극 지원해 국산 장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제표준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국내기술이 국제표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VDSL서비스가 이제 막 도입기에 접어드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통신사업자, 장비업체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ADSL과 더불어 VDSL을 수출 전략상품의 하나로 육성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지난 99년 ADSL과 ISDN을 놓고 초고속인터넷산업 발전방향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경험을 갖고 있는 정부 정책당국자와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이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초고속인터넷의 고도화를 위해 다시한번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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