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문화콘텐츠업체들이 속속 생겨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우리 콘텐츠산업이 이제 견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은 외국에 비해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박’이라 할 만한 영화는 거의 없었고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자랑할 만한 게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영화는 지난 99년 ‘쉬리’에 이어 ‘공동경비구역(JSA)’ ‘친구’ 등이 잇따라 히트했고 지금도 대박을 꿈꾸는 작품들이 제작중이다. 게임도 온라인게임인 ‘리니지’가 수십만명의 유료회원을 바탕으로 한달 평균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외국산이긴 하지만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등이 200만장씩 팔릴 정도로 인기다.
이런 결과가 콘텐츠업체의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콘텐츠업체들의 매출액 1000억원만을 놓고 제조업체와 비교해 보면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작품의 성격에 따라 성패의 영향이 큰 콘텐츠산업에 비춰보면 1000억원이란 매출실적은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성공기업’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실현하려는 업체들의 향후 행보는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업체별로 보면 리니지 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12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엔씨소프트는 올해에는 640억원의 매출로 3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종합엔터테인먼트업체 로커스홀딩스는 게임·영화배급·음반사업을 통해 올해 1375억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827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빛소프트도 올 6월에 선보일 PC게임 ‘워크래프트3’를 연내 100만장 이상 판매하는 등 모두 108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영화배급과 비디오·DVD 유통 등을 통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펼쳐 온 마케팅 능력이나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은 이들 업체의 경쟁이 자칫 외형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콘텐츠의 경우 산업특성상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어느 제품보다 강해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매출확대는 물론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국산 제품의 개발보다는 외국의 인기상품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외형 늘리기에 치중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물론 어떤 기업이든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이익을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기업운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문화콘텐츠업체들이 일반제조업체들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매출액에 대한 순이익률을 비교했을 때 콘텐츠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그 비율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6%였지만 일반제조업의 경우는 2∼3%에 그쳤다.
하지만 만약 대형 문화콘텐츠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통해 외형 늘리기를 할 경우 이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높은 부가가치는 급락하고 업체간 가격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중소 콘텐츠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국산제품 개발과 창의력 발휘 등 부가가치 극대화로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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