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벤처지원 포럼]주제발표-투자유치의 최우선 조건은 `현지화`

◆KOTRA 김현덕 시장전략팀 부장

 

 LA무역관 근무 당시 해외투자유치를 담당하며 KOTRA는 물론 각종 단체에서 구성한 투자유치단 행사를 치렀지만 대부분의 행사가 실질적인 열매를 맺지 못했다.

 불과 며칠의 행사기간으로는 현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투자가치 및 매력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지만 미국내 행사를 치르면서도 자료, 제품 등 모든 것이 한국식으로 준비됐다는 점도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몇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때문에 국내 벤처기업들이 해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형성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즉 기업의 현지화가 전제되지 않는 투자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현지화 전략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국내 벤처기업들이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인 자료의 현지화다.

 기업의 마케팅이나 IR를 위한 자료는 현지에 있는 사람들의 문화, 언어, 특성 등에 맞춰 철저히 현지화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 대부분의 자료는 한국말로 만들어진 자료의 번역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현지 사람들을 이용해 그들의 정서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둘째, 제품의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

 얼마전 미국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RV카가 국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차의 성공 요인은 개발 당시부터 미국 사람의 체형에 맞게 미국내에서 디자인됐다는 데 있다.

 벤처기업들의 제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대만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대만인들이 좋아하는 색, 숫자, 캐릭터 등을 만들어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제품 경쟁력이 우선돼야 당연히 투자도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궁극적으로 기업의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한국에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회사에만 투자를 한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투자후 IPO를 통한 투자회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항상 커뮤니케이션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기업인인 이종문 회장도 한국내 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린다. 그 역시 한국인이기 이전에 미국 벤처캐피털리스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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