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가 생명정보 데이터의 표준화 작업을 소홀히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생명정보 데이터는 유전자의 염기배열과 단백질의 입체구조, 유전자 스위치의 온오프와 단백질간 상호작용을 비롯한 세포간 신호전달, 개체 발생 메커니즘 등 신약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정보를 말한다.
전세계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이 같은 생명정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표준화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등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식물과 동물·미생물의 유전정보를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연구자간 중복실험으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 결과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데이터베이스화하지 못해 유전정보를 판매하는 회사마다 소비자에게 다른 포맷을 제공하는 등 자료 공유와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기업인 M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업체들은 외국 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생명정보 표준화 작업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관심도 없는 상태”라며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연구개발 시작 단계에 있어 데이터 포맷에 신경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생명공학 선진국은 생명정보 데이터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M과 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밀레니엄파마슈티컬 등 대형 업체가 주축이 된 ‘상호호환을 위한 바이오인포매틱스 인프라 컨소시엄(I3C)’이 XML과 자바를 이용해 3차원 입체 이미지까지 호환할 수 있는 포맷을 만들게 되면 국내 연구계는 제각각 축적한 데이터의 해외 판매가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 호환 포맷으로 데이터를 변경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 과학기술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돼 세포간 신호전달과 발생 메커니즘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정비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고 데이터 표시방식과 검색조건·입력방식 표준화와 데이터베이스 통합에 나섰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 생명정보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형 정보기술기업과 거대 바이오기업이 데이터베이스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으나 국내는 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상태”라며 “선진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업이 생명정보 데이터 표준화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인성 국가유전체정보센터장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국가유전체정보센터가 앞으로 국내에 흩어진 생명정보 데이터들을 모으고 포맷을 통합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지만 국립보건원의 중앙유전체연구소나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국내 데이터 호환작업에 세계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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