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채권단, 美 현지 협상 본격화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위해 지난 10일 출국한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은 11일(현지시각) 마이크론측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내 모처에서 가진 협상테이블에서 세부적인 쟁점사안에 대해 절충을 시도했다.

 이날 자리에는 빌 스토버 마이크론 재무담당 부사장 등 마이크론 경영진과 이덕훈 한빛은행장, 이연수·맨프레드 드로스트 외환은행 부행장, 박종섭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박종섭 사장이 지난주 미국 아이다호 보이시에 있는 마이크론 본사를 방문, 마이크론측과 사전조율을 상당히 해놓은 상황이어서 쟁점사안에 대한 집중토론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은 이날 자리에는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으나 12일 협상 테이블에는 나설 것으로 현지 관측통들은 내다봤다.

 양측은 이날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잔존법인 추가투자, 주가 산정 기준일, 위탁계좌 운용방안, 손실보전 방법 등 쟁점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양사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50대50”이라며 “그러나 스티븐 애플턴 사장이 합류하게 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르면 12일 오후(현지시각), 늦어도 채권단이 돌아오게 되는 15일께에는 협상을 마무리, 이를 최종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에서 추정가능한 결론은 채권단이 현지에서 돌아온 후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MOU를 맺는 방안, 현지에서 협상을 타결하고 MOU를 맺는 방안, 귀국 후 협상결렬을 발표하는 방안, 현지에서 협상결렬을 선언하는 방안 등 4가지다.

 ◇현지 합의후 귀국해 MOU 체결 가능성=일단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다. 양측은 쟁점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혀 협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곧바로 협상타결을 선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협상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형식상으로라도 귀국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거친 다음, 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헐값매각 시비와 주주반발 등이 예상되고 있어 내부적인 공감대 형성 차원에서라도 국내로 돌아와 합의 배경과 목적 등을 설명하고 MOU 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는 근저에는 채권단의 매각 우선 방침과 마이크론의 하이닉스에 대한 니즈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서 협상타결 후 MOU 체결=반면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출국한 만큼 현지에서 곧바로 협상타결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로 돌아와 다시 시간을 끌기보다는 현지에서 이를 발표하고 MOU를 체결, 이후 세부 조건을 더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페널티가 있는 구속력 있는 MOU를 체결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협상을 4개월여 이상 끌어온 만큼 조기타결을 원하는 채권단과 마이크론의 주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귀국 후 협상결렬 발표=협상을 마치고 귀국해 MOU를 체결하는 방법보다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귀국 후 채권단과 마이크론이 동시에 협상결렬을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독자생존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주요 쟁점사안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다면 협상결렬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행상 현지에서 결렬을 선언하기보다는 채권단이 귀국한 후 동시 발표를 통해 협상결렬을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계 관측통들은 채권단과 마이크론이 매각합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만큼 쉽사리 결렬을 선언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시한이 또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현지서 협상결렬 선언=하이닉스 채권단 대표와 마이크론이 협상을 마친 직후 협상결렬을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국에서 마이크론과 협상중인 채권단 핵심 관계자들이 이번 협상의 대표 권한을 갖고는 있으나 나머지 채권단과 협상내용에 대한 구체협의를 진행해야 하므로 현지 결렬선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됐든 하이닉스 매각협상은 지금 긴 터널에서 벗어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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