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말과 증시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증권시장에 반도체업체 하이닉스가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 회사는 비록 엄청난 부채를 안고 표류중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국내외 반도체 메모리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의 거취와 관련된 소식 하나 하나가 국내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한다.

 증시에는 투자자들의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하나로 공시라는 것이 있다. 비록 사후약방문 성격이 없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해 소문의 진위를 파악, 손해를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공시가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과 관련된 소문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그로 인한 피해도 제한적이다. 문제는 증시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이같은 안전장치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이닉스 거취와 관련된 최근 채권단과 산자부 장관, 부총리의 발언들이 좋은 예다.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부실해져 도마위에 오른 것은 하이닉스가 처음이 아니다. 한보철강이 그랬고 대우자동차가 그랬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정책 책임자들은 정리되지 않은 견해를 남발했고 증시는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산업이나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의 처리에 대해 경제정책 책임자나 채권자가 소신을 밝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율을 거치지 않은 말들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혼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혼선만큼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많지 않다. 문제는 혼선이 다수의 불이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시장은 기업들의 가치가 수시로 저울질되는 곳이다. 또 4500만 인구 가운데 약 500만명이 일희일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 500만명은 국가와 가정 경제의 주체들이다. 증시의 등락은 기업은 물론 이들의 자금 사정을 좌우한다. 경제가 증시를 위축시키기도 하며 증시불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증시가 위기상황에 몰리면 정부가 안정화대책을 내놓는다. 이유는 경제 안정이 우선이겠지만 500만명에 달하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볼 수 있다.

 말도 많은 하이닉스 처리문제는 채권단이 협상테이블에 합류하면서 부총리가 밝힌 매각쪽으로 상황은 급박히 진행되고 있다. 늦어도 이달안에 매각협상도 마무리될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제 하이닉스라는 소재가 증시를 들먹거릴 일도 그다지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의 하이닉스 처리과정을 보면서 정책 책임자나 채권단, 국민들 모두 왜들 그렇게 조급해 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책 책임자와 채권단의 조급증은 두서없는 말을 낳고 이 말에 현혹된 국민들의 조급증은 춤추는 증시로 나타나곤 했다.

 완연한 봄기운은 이제 국가경제에도 들어서 있다. 얼어붙었던 투자가 되살아나고 생산활동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물론 증시도 예외는 아니다. 상승과 숨고르기가 반복되면서 전반적인 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연내 거래소지수 1000선 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이제 정책 책임자나 국민, 증시 모두가 보다 성숙해질 일만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