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투자 늘린다

해외경쟁사 `축소`와 대조

 경쟁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크게 줄여잡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계가 투자규모를 상향조정해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태세여서 주목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로 인해 반도체 경기상황이 급격히 개선되자 당초 지난해 대비 줄여잡았던 설비투자 계획을 전면 수정,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반도체분야 설비투자 총액은 지난해 5조777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반도체부문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3000억원이 줄어든 2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호전된데다 향후 경기전망 또한 낙관되자 당초 계획을 큰 폭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우선 1차로 올해 예정투자금액 2조5000억원 가운데 LCD부문의 7000억원을 2배 이상으로 늘려잡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LCD부문을 제외한 메모리와 비메모리부문 투자 1조8000억원도 시장상황에 따라 2조5000억원대로 늘려잡을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총 설비투자액은 전년(3조6000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늘어난 4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반도체부문 설비 업그레이드에 총 3000억원을 투자했던 하이닉스 역시 지난 1·2월 1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기가 호전됨에 따라 올해는 전년 대비 1조원 정도 늘어난 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마이크론과의 사업매각협상과 맞물려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향후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반도체부문을 인수한 후에도 이 정도의 투자는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반도체부문 인수조건으로 채권단측에 설비투자자금으로 사용할 15억달러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여서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매각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1조3000억∼2조원의 설비투자는 확실시된다.

 또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던 아남반도체는 아직 올해 투자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반드시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투자위원회를 구성, 전년보다 크게 증액된 설비투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만 하더라도 경기호전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경기상황이 급격히 호전된데다 다시 나빠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분석에 따라 투자규모를 늘려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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