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홈쇼핑, JBS, HBS 채널을 아시나요?”
케이블TV 가입자라면 최근 등장한 신규 채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이름들은 사실은 예전에 쓰였던 채널명들이다. 홈쇼핑 채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LG홈쇼핑도 개국 초기에는 ‘한국홈쇼핑’이라는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을 사용했다.
비단 이름뿐만이 아니다. 이제 막 개국 7년을 맞은 케이블TV의 변천사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하다. 그 드라마틱한 역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광화문 근처의 케이블TV협회를 찾아가보자.
케이블TV협회는 얼마 전 지난 7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 사진전을 연 데 이어 원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사진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보관했다.
개국 당시의 사진들은 케이블TV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표현됐던 초창기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려한 개국식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현대·삼성·동아·진로그룹 등 대기업 계열의 채널들은 지상파방송사의 규모를 능가하는 개막행사 및 이벤트로 붐 조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개국 행사에는 당시 최고의 MC가 마이크를 잡고 개국기념 특집 프로그램은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될 정도였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사업자를 허가해줬던 당시 공보처 오인환 장관의 열정적인 행보도 화제거리였다. 오 전 장관은 전국 77개 케이블TV방송 개국식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 개국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케이블TV사업자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현장들도 고스란히 돌아볼 수 있다.
개국을 앞두고 방영된 CF에서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최진실씨가 메인모델로 등장해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95년에는 ‘미스케이블TV’를 선발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명절에는 고속도로 요금소 입구에서 홍보 도우미들이 직접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케이블TV를 알렸던 이색적인 장면도 눈에 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특별한 마케팅 활동은 지방 분권화의 일환으로 출범한 케이블TV인 만큼 지역별로 지역 밀착형 행사가 풍성했다는 점이다.
‘시군민 걷기 대회’나 ‘백목련 아가씨 선발대회’ 등은 조촐한 자리였지만 지방 시청자들에게 케이블TV를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어전문방송 앵커, 쇼 호스트, VJ 같은 신종 직업들이 초창기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재미있다.
근래들어 점점 유망직종으로 떠오르는 쇼핑 호스트는 개국 초기만 해도 카메라 테스트 등을 거치는 별도의 선발 대회를 통해 뽑았다. 지난해 억대 연봉 계약으로 한층 유명해진 쇼핑 호스트 유난희씨의 신인시절 사진 등을 엿보는 것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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