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전문업체들이 정통 하이파이 오디오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불붙기 시작한 홈시어터 시스템 열풍 탓인지 오디오 매장을 찾는 이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DVD플레이어와 대화면 디스플레이 및 5.1채널 입체음향을 지원하는 제품을 찾고 있다. 심지어 오디오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이들조차 영상과 결합되지 않은 정통 오디오 제품은 외면하고 있으며 보급형 미니·마이크로 컴포넌트를 찾는 학생이나 신혼부부 및 오디오 입문자들까지 홈시어터 기능이 지원되는 제품을 원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오디오 전문업체라는 타이틀보다는 홈시어터 전문업체라는 타이틀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전자상가나 자사 대리점 매장의 전면에 정통 오디오 제품을 진열해왔으나 이제는 DVD플레이어나 AV리시버를 내걸고 있다. 일부업체는 홈시어터 전문 브랜드까지 만들어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같은 사정에 대해 이트로닉스 상품기획 담당 송기원 부장은 “정통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홈시어터 시장은 급격히 신장되고 있는 와중에서 정통 오디오를 계속 고집하긴 어렵다”며 “홈시어터 전문업체로 빨리 변신하는 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시어터 시장은 일체형 시스템만 보더라도 미국에서만 올해 10억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다. 국내의 경우도 2500억∼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오디오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는 홈시어터 제품군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오디오 업체들은 올해 홈시어터 제품군을 대폭 늘리고 정통 하이파이 오디오는 줄여나가며 보급형 미니·마이크로 컴포넌트에 DVD와 5.1채널 앰프 기능을 채택해 미니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선보이는 등 오디오 전문업체에서 홈시어터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트로닉스는 지난해 DVD를 채택한 제품(핌코 898)과 5.1채널 앰프를 내장한 제품(핌코 616)으로 미니 컴포넌트를 이용한 미니 홈시어터 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도 DVD플레이어 13개 모델 이상, AV리시버 10개 모델 이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정통 하이파이 오디오는 1개 모델을 추가하는 데 그칠 예정이다.
태광산업은 미니 컴포넌트를 포함해 홈시어터 관련 제품을 하반기까지 적어도 5개 모델 이상 내놓는 반면 정통 하이파이는 1개 모델에 그칠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 출시할 하이파이급 오디오 제품에는 DVD플레이어와 5.1채널 앰프를 기본으로 장착한다는 방침이다.
아남전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반 오디오 제품라인은 점차로 줄이면서 홈시어터 제품군을 늘리고 있으며 NEC로부터 공급받은 PDP TV를 전면에 내건 홈시어터 시스템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홈시어터 제품군은 8종 이상 출시할 예정인 반면 정통 오디오는 2∼3개 모델 출시에 그칠 계획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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