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산업자원부가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샌디에이고 카운티에 설립한 ‘코리아 바이오밸리’의 역할을 놓고 일각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미 국립방첩행정청(Office of National Counterintelligence Executive)은 지난달 배포한 이례적인 보고서에서 ‘코리아바이오밸리(Korea BioValley)’란 이름의 이 인큐베이터가 미국의 하이테크 비밀을 훔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현지 생명공학 관계자들은 한국의 바이오인큐베이터의 진출로 샌디에이고의 생명공학 업계가 희생될 수 있다며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버지니아주 매클린에 본부를 둔 미 국립방첩행정청은 ‘바이오밸리’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앞선 기술을 모방하기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한국정부의 노력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에서 북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칼스바드 지역에 자리잡게 될 이 인큐베이터에는 50여개 한국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행정청은 이 계획이 한국정부가 1500만달러를 들여 새너제이에 세운 ‘I파크벤처캠퍼스(IPark Venture Campus)’의 운영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청은 “한국이 미국 생명공학산업의 중심지에 하이테크 연락센터를 설립하려고 하는 것은 현재 한국이 우위를 누리고 있는 IT기술을 얻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뒤지고 다니던 5년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생업체 60여개사가 입주해 있는 I파크는 기업들을 도와 지역시장의 개척 및 기술교환을 원활히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웹사이트에 나와 있다.
언스트&영(Erinst & Young)의 연례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업체들이 샌디에이고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경우 이는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의 뒤를 이어 3위의 공공생명공학단지에 입성하는 셈이 된다.
산업스파이는 제품 연구개발에 19억달러를 쏟아부은 샌디에이고의 400여 공공 및 민간 생명공학 업체들에는 특별히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방첩행정청 요원들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빼내기 위해 학술교환 프로그램, 외국인 기술자의 고용, 정부 스파이의 활용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청이 지난 96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제품 경쟁력의 저하, 외국 첨단기술 구입시의 높은 비용, 자체적인 신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선진국들의 하이테크 비밀에 접근하기 위해 각종 부정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톤을 높이기도 했다.
미국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현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산업자원부측은 아직 계획단계에 있는 이 샌디에이고 바이오밸리는 미국에 단독으로 진출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생명공학 업체들을 대상으로 저비용으로 사무실 공간을 확보해 미국에서 마케팅, 공동연구개발 등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이 인큐베이터가 현재 실리콘밸리, 보스턴, 상하이, 도쿄, 런던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IT센터와 비슷한 것으로 하이테크기술을 빼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미국측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업종단체인 바이오컴/샌디에이고의 조지프 파네타 회장은 “700만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생명공학 업체들의 가치 중 99%는 지적재산이며 이들의 사활은 이같은 지적재산 보호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산업스파이 문제는 최근 미국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산업안전협회에 따르면 매년 미국내 대기업 1000개사 이상이 산업스파이로 기업비밀이 유출돼 450억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인 2명이 알츠하이머 연구결과를 훔친 혐의로 외국정부에 의한 영업비밀 절도를 방지하기 위해 9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처음으로 기소됐다.
한편 바이오밸리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의 대표단이 캘리포니아 기술무역산업청의 알선으로 이달말 샌디에이고 카운티를 방문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생명공학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립방첩행정청이 보고서에서 한국 바이오벤처기업들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기술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패트릭C기자 Patric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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