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체담 가트너 아태지역 리서치 애널리스트 andrew.chethem@gartner.com
중국 시장은 외국의 서비스 공급자들이 기회를 잡지 못해 애를 태우는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통신시장이다.
드디어 이 중국의 통신시장이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문이 열렸으니 곧바로 들어가야 할까. 아니다.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오랫동안 기다려야할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문은 약간 열려 있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외국의 투자가 허용되지 않았으나 외국 투자가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통신 업체들에 꾸준히 자금을 제공해왔다. 중국 정부 관료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암묵적인 승인하에 이뤄진 일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큰 돈을 번 외국 통신 사업자나 투자가들은 거의 없다.
중국은 지난해 WTO 가입에 따른 의무사항 중 하나로 연차적으로 통신 분야의 단계적 자유화를 수행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약속의 이행을 위해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건을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매력적인 분야로 꼽히는 모바일 통신분야조차도 초기에는 기회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중국의 이동통신업체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음에도 이같은 한계가 존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WTO는 외국업체가 이동통신 합작투자시 첫해년도에 최대 25%의 주식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가장 부유하며 인구가 밀집돼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의 시장은 이미 선진국과 비슷한 25∼30% 수준까지 휴대폰 서비스가 보급돼 있다. 이런 곳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세계 다른 지역세서 세번째나 네번째 통신 사업자가 되는 일에 비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중국 사람들의 이동통신 사용 횟수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은 빈약할 것이다.
그러나 향후 3∼4년 동안에 규제가 어느정도 완화되고 외국인들의 전국에 걸친 시장 투자가 허용되며 합작투자 기업의 최대 지분율이 50%까지 상승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이같은 단계적 개방 일정을 통해 시장을 방어할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방어 전략은 관세장벽이나 법적인 차원이 아니라 외국이 투자한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보할 기회를 잡기 전에 중국내 통신 사업자들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지난달 초 중국은 기존 통신업체의 분할과 다른 업체와의 합병을 통해 네개의 멀티서비스 통신업체 또는 통신 재벌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모바일, 유선, 인터넷 등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상장될 것이라고 정부측은 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 기업은 앞으로 2∼3년 안에 자본, 기존 시장 지분 및 고객 인지도 등으로 무장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거대 외국 투자자나 통신업체들은 일부 벤처 기업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겠지만 이런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가능한 방법이라면 지금까지 시장 구조 조정에 포함되지 못한 소형 통신업체와 합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방식은 내부 경쟁을 촉진하면서 핵심 인프라와 대부분의 수익은 국내 업체들이 챙기도록 한다는 중국의 목표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2억800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미국에는 7개의 거대 통신 그룹과 100여 개의 소규모 통신사업자들이 있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갖고 있으며 분명 미국보다 많은 수의 통신 사업자들이 참여할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통신 서비스 수입은 북미에서 발생되는 수입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4대 통신 사업자들은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오랫동안 쉽게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 앞서 규제를 풀었던 다른 국가들도 기존 업체들이 자유화 후에도 여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 볼 수 있다. 중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 앞에 늘어선 투자가들의 행렬은 문이 열린 후에도 한 동안 이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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