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베이징과 상하이를 다녀왔다. 중국과학기술협회 등 유수 과학기술 관련기관과 교류협약도 맺고 연구기관, 대학 등도 둘러보았다. 중국과는 각 분야에서 넘칠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지만, 이공계 연구개발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은 아직 미진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까지는 그래도 각 분야에서 4∼5년 앞서 있다고 과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기초과학분야를 제외하고 일반산업기술분야에서 보면 현시점에서 그 판단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개발된 기술을 보급·확산하고 상업화하는 시스템과 앞으로의 잠재력 면에서는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공계 중시풍조, 대학이 핵이 되는 산학연계, 지역기술혁신거점 마련 등 그 강도와 규모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베이징의 ‘중관춘 기술 중심’이나 상하이의 ‘푸둥지구’에서는 한창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대부분 연구단지 건설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여의도 절반만한 나노(nano)연구단지나 바이오(bio)연구단지가 생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칭화대학이나 베이징대학, 푸단대학이 있다. 특히 이공계 중심인 칭화대학은 입학경쟁이 2만 대 1이 넘는다고 한다. 또 여기에서 개발된 기술은 화거계획(火炬計劃)이라고 해서 중국정부의 산업화 지원 프로그램이 뒤따라 준다. 우리가 겨우 8개 정도 건설중인 테크노파크가 전국적으로 이미 53개가 되고 그 규모 면에서 우리와 너무나 차이가 난다.
중국의 주석, 부주석, 총리가 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주룽지 총리가 작년까지 겸임하고 있던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장을 퇴임하면서 한 고별사 첫마디는 “오늘 칭화대에 오게 되어서 가슴이 벅차 오르는 심정이다. 미국 백악관 잔디밭에서도 이런 심정은 느껴보지 않았다. 나는 외국인이 두렵지 않다. 그러나 여기 와보니 그렇지 않다”였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제일 경외하는 것이 바로 연구개발집단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대학 기피현상, 기술인력 부족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지만 미봉책일 뿐 대증요법 차원에서는 안 된다. 국가정책 우선순위를 달리하고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된다. 중국과학기술협회 회원수가 무려 430만명이다. 이들은 지금 무서운 속도로 또 하나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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