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1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다산벤처 회의실에서 ‘2002년 벤처지원정책과 전망’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최근 올해 정부의 벤처지원정책과 관련해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중소기업청 등의 관련부처 담당국장들과 벤처관련 협·단체장들이 참석, 최근 우리 벤처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효과적인 벤처지원정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참석자=강원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 곽성신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노준형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서영주 중기청 벤처기업국장, 유진룡 문광부 문화산업국장,이경수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 이금룡 인터넷기업협회장, 이영남 여성벤처협회장, 이정근 디지털콘텐츠제작자협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다산벤처 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회장·숭실대 교수)=이젠 벤처산업이 양에서 질 위주로 전환하는 시점입니다. 최근 정부와 벤처업계가 추진중인 노력들이 벤처정책과 기업 모두 옥석을 가려 바람직한 벤처생태계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을 믿습니다. 우선 장흥순 벤처협회장께서 올해 벤처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장흥순(벤처기업협회장)=지난 4년간 벤처산업 정책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6T 등 기술개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시험무대였다면 이젠 신기술 및 서비스로 무장한 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수요를 만드는 데 지원의 방향이 맞춰져야 합니다. 또 기술거래와 M&A,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지식과 산업이 복합된 한국형 벤처집적단지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시장을 두드려본 벤처들이 그 진입장벽을 실감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i파크 등 이미 설치된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는 물론 현지 마케팅 지원 등 소프트웨어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함께 최근 일련의 비리사건을 계기로 벤처인 스스로도 자정노력과 함께 투명경영 시스템을 구상, 후배기업들의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준형(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정통부가 벤처지원에 나선 것은 정보화촉진법, 정보화촉진기본계획 등을 구성하기 위해 해외 각국을 살펴보면서 미국과 일본의 차이를 분석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미국은 벤처가 활성화돼 새로운기술과 서비스가 역동적으로 나오는데 일본이 그렇지 못했죠. 그때부터 정보화를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벤처제도·코스닥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결론적으로 최근 비리사건으로 정부의 대벤처정책은 후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정책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활동에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지 주객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즉 경제주체들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가능한 것을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정도가 최선입니다. 또 산업화시대, 정보화사회 모두 결국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인 사장을 영입해 실질 구매력을 창출하듯 우리 기업들도 현지에서 실질적인 마케팅 채널을 확보해야 합니다. 정통부도 i파크 등을 통해 지원하지만 결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봅니다.
지난해가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올해는 중국시장 진출이 구체화될 것입니다. 지난해 중국시장의 이동통신부분에서 100억달러를 돌파한데도 우리 중소·벤처업체의 기술력이 발휘됐습니다. 고가의 해외시장에서 벤처의 잠재력이 확인된 셈이죠. 기술과 시장연계는 정부의 기조입니다. 다만 WTO 국제환경으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민간시장이 열리지 않을 때 공공시장을 열거나 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것 등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시장조성이라고 봅니다.
◇이영남(여성벤처협회장)=벤처의 질적 성장을 위한 지원에 대해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질적성장에 주력하기에 이른감이 있습니다. 여전히 여성벤처를 비롯해 바이오·지방 벤처들은 초보적 단계에 있습니다. 물론 양적지원에 주력해서도 안되지만 기업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여성벤처가 두각을 보이고 있는 문화산업과 정보기술 분야에 대한 세분화된 지원이 요구됩니다. 여성기업의 약점은 인정하지만 대기업 등과 협력시 시너지효과가 매우 높고 실제로 최근 정부주도의 로드쇼에 참석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유진룡(문화부 문화산업국장)=지난해 문화콘텐츠 분야가 빠르게 성장, 수출로 전환하면서 희망적입니다.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벤처기업도 영상·음반·비디오물에서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e북 산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분야로 확대중입니다. 지난해도 3000억여원의 재원을 조성마련해 투자조합 결성, 투융자 지원사업에 나서왔죠. 벤처에 대한 지원과정은 사전제작, 제작, 사후제작으로 나뉘는데 올해엔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등 사전제작과정을 중점 지원하고 본제작과정 지원은 국내외 검증을 거친 경우로 한정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제작단계 기업 대상투자가 많았는데 모럴헤저드나 사업부실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문화산업 분야에서 취약한 유통·배급, 해외사업 등 사후제작 단계를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해외진출시 브랜드 파워가 약해 협상에 어려움이 많은데 올해부터는 해외시장 진출시 벤처들이 하나로 뭉쳐 공동협상에 나서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금룡(인터넷기업협회장)=이젠 휴맥스·엔씨소프트처럼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국제적 스타기업을 배출해야 할 시점입니다. 벤처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해외진출뿐입니다. 최고기술을 갖고 2등 마케팅을 하는 기업보다 2등 기술로 최고의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더 우수합니다. 최근 일본의 미와자키현이 황폐해진 대학내에 각종 지원인프라를 갖추고 기업단지를 조성, 전세계 벤처유치에 적극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협회 회원사들이 공지 하루만에 30개기업이 지원한 것처럼 해외로 향한 열망은 뜨겁습니다. 또 코스닥 등록 후 발생한 자금이 다시 기업자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개인자금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코스닥 등록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는 기업이 등록할 수 있도록해야 합니다. 국제화 표준에 근접하지 못한 기업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입니다.
◇이경수(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벤처기업 중 30% 이상이 지방소재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나 투자자의 관심이 수도권으로 집중돼 소외현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방을 다니다 흙속의 진주같은 기업을 보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이젠 이들 기업을 잘 포장해 가치를 높이도록 지방 벤처산업에 구체적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요즘 대덕밸리벤처연합회는 지방벤처 활성화를 위해 해외거점을 연계한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 일본·호주·영국 등 해외 정부의 대덕 방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에 최고 조건의 벤처 집적단지를 구축하고 다국적 스타 벤처기업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죠. 벤처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해외 우수기업을 국내 벤처단지에 유치해 국내기업과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정근(디지털콘텐츠제작자협회장)=시대상황이 변하듯 벤처 생태계도 IT 중심에서 문화콘텐츠·바이오 등으로 관심분야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지원도 2000억원 이상의 투자프로그램이 운용되는 등 지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자본활성화와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지난 30년동안 하청업체에 머물던 우리 콘텐츠기업들이 자체 창작 제품을 제작, 수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문화 콘텐츠 벤처들은 정권말기에 혹시나 정부의 육성책이 바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정책의 지속성을 보여줘야합니다. 업종이 다르면 자금 조달 방법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할리우드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콘텐츠 산업자금을 조달하듯 우리 정부도 콘텐츠산업 지원을 위해 IT·BT에 사용하던 방식외에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영주(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지난 4년간의 벤처육성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최근 물의를 일으킨 비리사건이 지나치게 부각돼 벤처업계가 위축된 점이 있습니다. 또 정부 지원자금중 벤처전용자금이 없음에도 중소기업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민간부문을 활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모든 분야에서 직접 지원한다는 오해도 있습니다. 벤처지원 초기엔 양적성장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향후 벤처제도의 개선방향은 벤처의 기술과 혁신능력을 검증하는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제도의 수치를 상향조정하는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벤처확인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의 소지를 차단하고 벤처생태계의 한축인 캐피털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달 말께 최종 결정되는 벤처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기술과 혁신성이 높은 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함으로써 시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비리기업의 재발과 벤처열기 위축을 막는데 있습니다.
◇강원(한국IT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현재 벤처에 대한 직접투자를 줄이고 간접투자로 전환하라는 의견이 많은데 벤처에 대한 직접적인 육성책은 향후 10년이상 지속돼야 합니다. 다만 기업에 따라 차별적인 지원방식이 요구되며 지방기업은 당분간 양적성장을 위한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간 다섯차례의 거대한 M&A 열풍을 겪고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것처럼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벤처 M&A시장의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합니다. 또 미국이 기술 개발 지원과 함께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등 현재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 벤처 육성정책을 시행한 점을 참고해야 합니다.
◇곽성신(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벤처캐피털 산업도 과거 20년동안 양적성장을 거뒀습니다. 간접지원은 시장기능에 맡기고 정부가 보완하자는 것이죠. 최근 벤처캐피털의 저조한 투자는 1월이라는 시기적인 문제입니다. 협회조사결과로 보면 올해 캐피털은 지난해 대비 66%늘어난 1조590억원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부품소재 쪽에 관심이 높죠. 그리고 코스닥 등록후 자금은 캐피털 투자액의 70% 이상이 주주로 구성된 회사이므로 대부분 개인에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 캐피털협회의 화두도 질적 향상입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캐피털 위주에서 투자조합 위주의 투자로 바뀔 것입니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털과 벤처간 시장은 활성화됐지만 벤처캐피털에 자금을 대는 시장은 최근 2∼3년간 정부가 중심이 됐을 뿐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연기금의 벤처시장 유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을 정부자금으로 본다면 민간자금은 사실상 극소수 엔젤에 불과합니다. 또 투자조합의 포트폴리오, 수익률 등은 잘 공개되지 않았는데 캐피털도 투명한 자금운영, 선진 투자시스템을 도입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자금투자외에 경영지원에 적극 나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벤처와 캐피털, 정부가 함께 해외설명회 개최, 건전한 M&A 활성화 방안을 구상중입니다. 또 국내 투자시스템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해외 자본유치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해외펀드를 유치하기 위해 역외펀드 등을 통한 외자유입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연구중입니다.
<정리=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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