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운송) 시장에서는 이른바 다단계 알선거래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화주가 특정 운수 알선업체에 화물을 의뢰하면 몇번의 알선 과정을 다시 거쳐 최종 운전자에게 넘겨지는 것이다. 최초 알선사업자가 적당한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유가 많다. 이 과정에서 화물 운송대금은 통상 15%가 알선 수수료로 떨어지고, 나머지가 운전자의 몫이다. 전통적인 재화의 유통시장에 복잡한 도·소매 거래관행이 있는 것처럼 용역(물류) 시장도 중간 유통단계를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최근 들어 SK 내트럭(http://www.netruck.co.kr), 대신정보통신, 삼성SDS 등 대기업들의 주도로 물류 전자상거래(EC) 사업들이 적극 시도되고 있으나 이같은 다단계 알선 관행은 대부분 그대로 가져간다. ‘온라인’의 속성인 유통과정 합리화라는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무엇보다 국내 물류시장에서 알선업체들의 엄청난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알선사업자들은 전국적으로 1만2000여개에 총 물동량의 80% 가까운 규모를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거래의 장점만 내세워 섣불리 뛰어들 경우 물류 전자상거래가 현장에서는 완전히 무시당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신정보통신 문수동 본부장은 “유통 과정의 합리화를 통해 화주와 운전자 모두에게 실익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면서 “그러나 전통적인 중간 유통상인 알선업체들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유통 시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전국 거점의 중고차 판매상들이다. 신차보다 규모가 큰 중고차 시장의 매력에 사업을 시작했던 현대기아차의 오토에버(http://www.autoever.com)가 1년이 넘도록 중고차 도매상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흔히 중고차 시장은 도·소매 유통마진이 신차보다 짭짤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판매상들의 거센 반발은 오토에버를 당초 ‘온라인 소매상’의 기대에서 ‘오프라인 도매상’ 정도로 묶어두고 있다.
신차 시장은 사정이 약간 다르지만 소위 전통세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500여대의 신차를 인터넷 홈페이지로 판매한 현대기아차의 경우 노조원들인 영업소 직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마케팅 한번 못했다. 일례로 소비자판매가 1000만원인 신차의 경우 공장도가는 930만원 정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과정에서 해당 영업사원들은 평균 20만∼30만원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최근 인터넷 판매활성화를 위해 여기서 나오는 이익 가운데 동일한 마진을 조건없이 해당 지역 영업소 직원들에게 줘 설득시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전통산업 전반에 e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신흥 비즈니스 모델과 전통세력의 마찰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당장은 갈등의 소지가 많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한 숙제지만 어쨌든 전자상거래 시대에서 중간 유통상의 새로운 ‘역할론’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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