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많다. 반면 서로 다른 면도 유달리 부각된다. 치열한 하루를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증권시장의 꽃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애널리스트를 꼽는다. 투자자의 안내자로서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증시에서 IT종목을 분석하는 대표 애널리스트를 꼽는다면 대우증권의 간판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전병서 조사부장(44)과 반도체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증권의 민후식 수석연구위원(40)이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서로 한 직장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IT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수년전부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전병서 부장이 선배다. 전 부장은 IT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인 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업분석가로 둥지를 틀었다. 현재 리서치 헤드로서 IT종목 업무를 총괄하면서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민후식 위원은 지난 89년 이미 사라진 고려증권에 입사해 현재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반도체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은 꼴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일등공신인 반도체분야에 대해 일찍부터 눈을 뜬 전병서 부장은 산업쪽에서 이미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 그에 반해 민후식 위원은 업력은 다소 짧지만 예리한 분석으로 증권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가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사이다. “근실하고 침착해 앞으로 업계 대표주자가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이 민후식 위원에 대한 전 부장의 평. 이에 대해 민 애널리스트는 전 부장에 대해 “언제나 따뜻한 선배로 따라가고 싶은 인물”이라고 답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둘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전병서 부장은 애널리스트의 세계를 ‘냉혹한 시장’이라는 한마디로 함축했다. “한번 잘못 예측하면 다시는 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이 증시의 속성”이라는 전 부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애널리스트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민 애널리스트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스트레스를 즐겨야만 이 직업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민후식 위원의 생각이다.
둘 사이에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입이 무겁다는 점이다. 감각적인 리포트를 내는 것보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루의 장세에 일희일비하는 투자자들에게 감각적인 리포트는 생명력이 길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애널리스트는 지나치게 감각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직업에서 롱런하려면 무엇보다 정보전달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물론 감각적인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번의 실수가 이 직업의 생명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전병서 부장)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분이 기업과의 마찰입니다. 정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이죠. 그래도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보고서를 내야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투자자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민후식 위원)
두 사람의 사고에 교집합은 많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전 부장이 치밀한 전략 분석가라면 민 위원은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전 부장이 하루에 보는 신문만 해도 5∼6개. 이미 애널리스트로 16년의 세월을 보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까지 모두 수렴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다.
이에 비해 민 위원은 분석하고자 하는 기업과 직접적인 마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적인 면이 강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 직·간접적인 외압(?)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괜찮지만 비판적인 보고서를 쓸 때는 항상 대상 기업과 문제가 불거진다.
전장터와 같은 증시에서 기업분석이라는 무기로 싸움을 치러야하는 두 사람은 다정한 선후배이자 경쟁자다. 서로의 처지를 알고 위로하지만 또 시장에선 어쩔 수 없이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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