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준다고.’ ‘아니, 배상금 내놔.’
삼성전자가 에릭슨에 지난 96년 4개 지방경찰청 디지털TRS 구축프로젝트 계약 해지로 입은 손실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릭슨의 배상금 지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6년 당시 삼성전자는 조달청으로부터 부산·대구·대전·광주지방경찰청 등 4개 지방경찰청에 운영할 800㎒대역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 장비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디지털TRS 장비 1만2000여대와 기술을 이전키로 한 에릭슨이 디지털TRS 사업 자체를 포기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이후 조달청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에릭슨에 당시 계약 중도 해지로 무용지물이 된 시설공사와 부대장비 설치 비용 등 손해부담 일체를 배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입은 손해규모는 TRS 본장비를 구축하기 전에 들어가는 네트워크구축(NI) 비용과 캐드장비 구입 비용 등을 합쳐 대략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릭슨 본사와 배상금 지급 문제를 막판 협의중이며 협상 결과는 이르면 1개월 내지 늦어도 6개월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릭슨에 요구한 배상금 규모와 관련해서는 “에릭슨과 아직 협의 단계이기 때문에 협상이 끝날 때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에릭슨코리아는 “본사에 삼성전자와의 협상 여부를 확인한 결과 본사의 어느 조직과 협상을 진행중인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사실 확인을 보류했다.
삼성전자의 배상금 요구는 이제까지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가 국내업체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해온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퀄컴·에릭슨 등 해외 선진기업들과 국내업체는 로열티라는 치명적인 조건으로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업체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국내업체에 해온 불공정한 처우를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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