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IMT2000)에 자리를 잡고 누운 지 오래다. 그러나 홍시(장비공급권)가 떨어질 날은 멀기만 하다.”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기지국 관련장비를 개발한 한 벤처기업 대표의 푸념이다. 대기업 통신장비회사 출신인 그와 임직원들은 장비개발을 완료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IMT2000서비스 개시일을 기다리느라 허송세월이다.
이는 통신장비 제조업계가 IMT2000서비스 개시에 목을 매달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다림이 아닌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발걸음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는 안타까움이다.
LG전자의 고위임원은 “지난해 사업자들이 공표했듯이 월드컵에 맞춰 IMT2000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05년을 전후로 IMT2000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하루빨리 안정적인 3G시스템 운용경험을 쌓아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일부 IMT2000사업자들이 장비성능테스트(BMT)를 추가로 실시하는가 하면 상용서비스 시점을 2003년으로 미루는 등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장비업계는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3G투자 연기 및 조기합병 움직임이 우리나라의 3세대 통신서비스 및 장비제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장이라도 IMT2000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도록 장비개발을 완료한 상태”라며 “서비스 사업자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기술규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등 부수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서비스 일정을 고의적으로 연기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비제조업계는 IMT2000서비스 연기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일정이 늦어질수록 BMT는 물론이고 그간의 연구개발 시간과 비용, 노력이 고스란히 비용손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장비개발이 마무리 상태에 이른 시점에서의 불필요한 서비스 연기가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99년 3월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IMT2000사업권이 교부되기 시작한 이래로 2001년 12월 현재, 세계에서 110여개 3세대 통신사업자 선정이 완료된 상태다. 유럽 20개국에서 73개 사업자, 아시아태평양 5개국 18개 사업자 등이 올해 서비스를 개시하거나 상용화에 나선다. 특히 일본은 IT에서 이제까지 뒤졌던 기술력을 단번에 만회하기 위해 올해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18개 사업자의 89%가 비동기식 IMT2000(WCDMA)을 채택하고 있는 점도 주목거리다. 우리나라 역시 3개 IMT2000사업자 중에서 2개사(KT아이컴과 SKIMT)가 WCDMA방식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을 선택해 성공신화를 일구어냈다. 비록 외국기업인 퀄컴의 원천기술을 들여오긴 했지만 첫 상용화 국가로서 이동통신 기술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 국내 3G 이동통신 헤게모니가 비동기식으로 전환되면서 장비시장 잠식에 대한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기는 하다. 노키아와 에릭슨, 모토로라, 알카텔, 노텔네트웍스 등 비동기식 이동통신 장비산업의 강자들에게 국내시장을 송두리째 내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업계는 “외국업체에 의한 WCDMA 장비시장 잠식우려는 이제 기우에 다름아니다”고 반박한다. 이미 LG전자가 KT아이컴 WCDMA 장비 BMT에서 외국기업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 데다 삼성전자의 기술력도 선진기업 수준에 육박했다.
IMT2000서비스 사업자들조차 “유럽이 원조인 WCDMA장비에서도 LG전자의 기술력이 단연 돋보이고 있고 뒤늦게 발동을 건 삼성전자도 유럽업체에 비해 기술격차가 3개월차로 줄어들었다”고 달라진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분석을 전제로 하면 WCDMA가 2세대 디지털 CDMA에 이어 우리나라 통신장비기업의 새로운 도전(벤처)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국내시장에서 WCDMA 장비공급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세계시장을 향한 진군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국내업체들의 분석이다. 차일피일 늦춰지는 IMT2000서비스를 앞당겨 국내외 장비시장 선점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장비제조업계의 주장을 다시금 음미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더 나아가 정부나 서비스사업자들이 우려하는 WCDMA용 단말기 개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다.
IMT2000 상용화의 마지막 걸림돌로 평가되는 WCDMA 단말기 개발에 대해 장비업체들은 낙관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는 8∼9월쯤이면 상용화 단말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서비스 제조업체와 장비업체간 긴밀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이 상당수준에 달해 있어 올 하반기쯤이면 단말기 개발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용화 계획일 뿐이라는 것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만약 IMT2000서비스 사업자들이 IMT2000 상용화 계획을 비롯한 제반 서비스 일정을 언급만 해준다면 모든 일정을 당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감추고자 하는 서비스사업자 및 정부의 자세”라고 꼬집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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