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선 가끔 혼자와서 노래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이런 ‘나홀로 가수’가 반주기계 앞에서 열창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친구들과 함께 노래할 때보다 음악에 몰입하는 강도가 훨씬 세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그에게 노래방기계는 수영복 차림으로 뛰노는 화면 속 여인에게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표출하는 환각장치, 일종의 사이버 섹스기계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노래방을 나오며 뭔가 시원하게 해소했다고 느끼지만 그 환각의 실체(성욕)가 무엇인지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이 언젠가 남녀의 은밀한 성생활에도 끼어들 것이란 가정은 인류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현대인은 이미 기계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운동까지 하는 생활방식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모든 욕망의 충족방식이 기계화되는 상황에서 원초적인 성행위까지도 자동화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인간형 로봇과 진짜 사람이 ‘연애관계’를 맺는 얘기는 미래사회를 다루는 영화의 단골메뉴지만 향후 세월이 흘러도 연애하는 로봇이 기술적,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불장 속의 마네킹 로봇을 안고 자면서 계속 행복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족스런 성생활이란 단순히 육체적 자극뿐만 아니라 두뇌에 대한 감성적 자극이 반드시 함께 필요한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연애하는 로봇은 쓸 만한 안마기계는 될지언정 인간의 외로운 감성은 절대 채워주지 못한다.
얼마전 미국의 한 성인용품업체가 첨단 신경자극기술과 합성고무로 망측하게 생긴 연애로봇을 만들었지만 끝내 상용화에 실패한 것도 소비자들이 육체적 자극만 주는 인형에 금방 싫증낼 것이란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성생활에 있어 로봇이 도움을 줄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까.
좀더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여기서도 삶을 풍요롭게 해줄 로봇시장은 열려있다.
한국사회도 의학발달로 인한 인구고령화로 노인계층이 급격히 늘면서 노년의 성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년부부가 함께 원만한 성생활을 하도록 보조해주는 러브로봇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많은 노인이 눈물로 기뻐할지 상상이 되는가. 소외받는 장애인 계층에도 부부용 러브로봇은 유용할 것이다.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사랑할 권리는 있다.
행복을 위해 사랑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첨단로봇기술을 응용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시급히 풀어야할 숙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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