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 전공을 바꾼 CEO들

 “백지 위에 채색을 해나가듯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는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엠터치(http://www.mtouch.co.kr) 이영훈 사장(43)과 라르떼(http://www.larte.co.kr) 송은선 사장(53)은 전혀 다른 분야의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미술을, 송 사장은 음악을 전공한 이른바 ‘예술가의 열정을 타고난 사장들’이라는 점이다.

 “예술과 정보기술(IT)은 연관성이 참으로 많습니다. 사업기획에서부터 런칭, 마케팅, 수익창출 등 일련의 사업과정이 예술창작 과정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하는 벤처산업의 속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송 사장이 말하는 예술과 IT사업의 상관관계다.

 여기에 이 사장은 “IT관련 학문을 공부했다고 해서 꼭 IT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벤처는 학문적 깊이보다는 오히려 순발력과 창조적 아이디어, 끼 등이 사업하는데 더 많은 역할을 합니다. 예술같은 IT사업을 벌이는 것, 이것이 영원한 나의 꿈입니다”라고 한술을 더 떴다.

 이영훈 사장이 이끌고 있는 엠터치는 인터넷(IP)망을 이용한 차세대통신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는 벤처업체다. 오는 2월부터는 지코(GiCO)라고 명명된 인터넷전화국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인터넷전화국으로 기존 전화국의 기능을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디자인 학사, 석사학위를 가진 ‘재능있는 미술꾼’으로서는 좀체 갖기 힘든 당찬 포부를 통신사업 속에 쏟고 있다. 이 사장은 “통신서비스는 영어표현 그대로 이용자와 사업자의 커뮤니케이션, 이용자 개인들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미술작품도 보는 이와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존재이유입니다. 그런 미술을 배운 사람이 고도의 통신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닐까요”라며 사업 이면의 자신감을 털어놓았다.

 송은선 사장이 2년전 설립한 라르떼는 초반기 제조업으로 벤처기반을 닦은 뒤 최근부터 카라반 관련 레저사업 및 온라인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이다. 월드컵때 카라반을 들여와 행사지원 캠핑시설로 활용한 뒤 일반대여용 레저사업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주5일 근무가 시행되면 온라인쇼핑, 커뮤니티사이트 등과 연계된 레저사업에 주력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해 놓았다.

 서울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대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현재는 한국교원대 음악교육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송 사장은 “음악이 자기 정체성의 발현 통로라면 지금 벌이는 사업은 인생을 걸고 완주(完奏)해야 할 하나의 작품”이라며 깊은 애착을 나타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예술은 유약함과 여성적 취향으로 인해 사업이나 기업경영에는 맞지 않는 덕목으로 취급받아왔다. 하지만 IT가 부각되고, 신경제질서가 자리잡는가 하면 지식경영의 열풍이 불면서 예술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좋은 기업만들기’에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이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사장은 “지식경영은 곧 문화경영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할 수 있는 일이면 벤처기업의 일이 아니듯이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감성을 발휘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흔히 21세기를 환경과 문화·예술의 세기라도 말한다. 예술은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주체들은 누구나 갖지 않은 독특한 재능과 영감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늘상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영훈 사장과 피아노 곁에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송은선 사장이 그들의 예술적 열정만큼이나 큰 정성을 쏟고 있는 사업이 어떤 작품을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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