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벤처 생태계를 바꾸자>(6)글로벌벤처만이 살 길이다.

 첨단기술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무기로 디지털경제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던 우리의 벤처산업. 그러나 나올 만한 제품과 서비스는 대부분 드러난 요즘 벤처는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평가가 주를 이룰 만큼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다. 불과 2∼3년 전의 닷컴열풍은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침전돼 있고 최근에는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에 편승한 비리기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벤처 옥석가리기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글로벌기업이 아니면 죽는다(Globalize or Die.)’는 인식이 벤처업계에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성장전략으로 ‘해외 시장 개척’이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다. 더이상 정부 지원에 기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 연연하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로 남게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셋톱박스(STB) 제품군으로 해외 시장에서만 2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휴맥스(대표 변대규)를 비롯한 몇몇 벤처기업은 그래도 해외 시장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벤처업계 CEO 및 전문가들은 이제 글로벌 스타 벤처의 탄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 공략, 철저한 현지화, 차별화된 제품,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경쟁력=현재 5개 이동통신사업자에 모바일 이미지 압축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네오엠텔(대표 이동헌)은 지난해 퀄컴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계약은 퀄컴사가 국내에 유사 솔루션 공급을 추진하다가 이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 자사 솔루션을 포기해 이뤄진 것이다. 네오엠텔은 현재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CDMA 방식은 물론 유럽 등으로 GSM 방식 서비스 영역을 확장, 올해 중국·브라질·일본 등과 함께 세계 6개 지역을 묶는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구축을 앞두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한국의 작은 기업이 초기에 보수적인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의 문화적 특성과 요구에 충실해야 한다. 휴맥스는 초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이민족·특수방송 등 소수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몇 개월씩 출장에 나서기도 하고, 공식인증을 얻기 위해 기한없이 현지 호텔에 머물며 퇴짜맞은 제품을 손보고 심사받기를 거듭하기가 다반사였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이런 과정을 겪고 난 후 “우선 초기기술력을 살려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여기서 다진 기반으로 적극적인 현지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현지화=현재 휴맥스는 세계 70여개국에 30여가지 모델의 STB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지법인만도 지난 97년 세운 영국 북아일랜드법인을 비롯해 부다페스트·런던·캘리포니아·프랑크푸르트·두바이 등 여섯 개 지역에 달하며 마지막 해외법인이 바로 국내 본사다.

 “시장 가까이에서 시장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제품 라이프사이클과 산업을 이끌 수 없다”는 변 사장의 의지에 따라 휴맥스가 3년 순환근무제, 위성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책임있는 CS체제를 구축해 제품의 안정성과 서비스 기능을 높여 간 것이 해외 시장에서 먹혀들어간 것이다.

 해외법인을 총괄하고 있는 김장용 휴맥스 부사장은 “지점 형태의 현지화로는 뿌리를 깊게 내리기 어렵다”며 “가능한 한 현지법인을 통해 유통망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차별화된 제품과 시장전략=휴맥스는 STB라는 아이템 하나로 수십 가지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은 유럽·미국·아시아·중동 등 각 지역 시장과 세계 기술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기술과 장치를 채택,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가형 모델은 아시아 지역기업의 공세에 맞서 아웃소싱하고 고기능 제품은 소비자요구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다기능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전략 파트너십 구축=ASP 및 원격교육 솔루션업체인 소프트온넷(대표 송동호)은 세계 3위 소프트웨어업체인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 일본 후지쯔전기총설과 마케팅 및 투자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 글로벌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체제는 이 회사가 최근 중국·대만·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송동호 사장은 “해외 시장 진출에는 명확한 마케팅 계획, 100% 완제품, 충분한 자금 확보, 현지 네트워크 활용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내 인터넷·SW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지나친 의욕을 경계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 접근을 고려하면 승산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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