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종 목표는 수익을 내는 것. 그러나 이 작업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 요즈음 전세계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그래픽 등의 자료를 주고받을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어도비 애크로뱃의 사례를 보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 수 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어도비(http://www.adobe.com)가 지난 92년에 열린 컴덱스에서 애크로뱃을 처음 선보이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컴덱스 최고의 상품’으로 선정됐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평이한 텍스트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도표 등이 들어있는 문서를 PDF 파일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애크로뱃은 ‘황금알을 가져다 줄 거위’로 인식됐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로버트 클레이버와 파이퍼 제프레이 등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들이 잇달아 어도비 주식을 ‘매입추천 1순위’에 올렸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 애크로뱃은 전문가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또 운도 따랐다. 애크로뱃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 인터넷 대중화의 물꼬를 튼 월드와이드웹과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전세계 네티즌들간에 정보(문서)를 수집, 가공, 저장하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애크로뱃의 인기는 지난 97년 미국 국세청이 세금양식을 PDF 파일로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미국 전역에서 순전히 세금양식을 인쇄하기 위해 애크로뱃(리더)을 다운로드한 납세자 수만 약 500만명에 달했다. 또 이를 계기로 전세계에서 애크로뱃을 사용하는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98년 말 그 수가 6000만명선을 돌파했다.
애크로뱃이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우수한 소프트웨어의 성능과 함께 어도비가 지난 94년부터 애크로뱃의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애크로뱃으로 작성한 PDF 파일을 읽을 수 있는 ‘리더(판독기)’를 무료로 배포한 가격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단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면 본제품(애크로뱃)도 덩달아 팔릴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정책은 보기 좋게 빚나갔다. 일반 네티즌과 기업들까지 인터넷에서 애크로뱃 문서를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리더(판독기)’만 공짜로 다운로드해 사용할 뿐, 정작 문서를 PDF 파일로 편집할 때 필요한 애크로뱃을 구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 98년 어도비의 매출액(8억9400만달러) 중에서 애크로뱃(60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도 못 미쳤다. 이 프로그램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던 어도비로서는 크게 실망스런 실적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애크로뱃 리더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리더가 애크로뱃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진단은 그 후 어도비가 애크로뱃4.0과 5.0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광고 및 마케팅 자원을 관공서 및 기업 소비자 층에 초점을 맞춘 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특히 어도비는 지난 99년 애크로뱃4.0을 발표할 때 세계적인 광고대행사인 영&루비캠(http://www.yandr.com)과 손을 잡고 보석이 박힌 화산과 진주가 달려 있는 완두콩 깍지를 보여주는 기발한 광고를 각종 월스트리트저널 등 경제신문은 물론 뉴요커 등 각종 잡지에 게재해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어도비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지난해 애크로뱃5.0을 발표할 때에는 이 프로그램이 의사와 변호사 등 일반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제품판매도 미국 상공부 등 정부 각 기관과 록히드 마틴과 화이자 등 기업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따른 애크로뱃 매출액도 지난 99년 1억3000만달러에서 2000년 2억800만달러 그리고 지난해에는 3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매년 40∼50%의 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애크로뱃처럼 우수한 프로그램도 지난 92년 처음 선보인 후 확실한 수익을 내는 제품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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