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기술을 밑천으로 창업자본까지 확보한 회사는 순항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신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캐나다 회사인 ‘리서치 인 모션(RIM http://www.rim.net)’이 그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84년 평범한 무선호출기 회사로 출발했던 RIM은 최근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통신회사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RIM은 지난 99년 1월부터 24시간 동안 전자우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블랙베리<사진>’ 서비스를 제공해 최근 미국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 전자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 수는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4만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에는 16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 매출액도 1분기에 2500만달러에서 4분기에 9000만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쯤되면 회사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만도 하지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이통 분야에서는 어림도 없다. 특히 최근 미국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스프린트PCS 등 이통 서비스 사업자와 팜 등 PDA 업체까지 24시간 동안 전자우편은 물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단말기를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우편 서비스는 더 이상 가입자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RIM의 제임스 발실리 CEO도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과감하게 도전을 선택했다. 그가 택한 다음 목표는 RIM을 종합 무선 데이터 통신 업체로 발전시키는 것. 이를 위해 RIM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선 인터넷 서비스 업체 아에더 등과 공동으로, 키보드가 달린 블랙베리 단말기를 통해 전자우편은 물론 인터넷 검색과 각종 문서를 편집해 주고받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새로 개발한 단말기를 미국의 조명장비 업체 내셔널서비스인더스트리(http://www.nationalservice.com)의 영업 사원들에게 나눠주고 무선 데이터 통신 (시험) 서비스를 제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RIM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5세대(G)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 기술을 이용한 휴대폰 개발 등 후속 제품을 내놓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처럼 무선호출기 회사로 출발했던 RIM이 최근 몇년 동안 무선 데이터 통신 서비스 및 휴대폰 제조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발실리 CEO가 정보기술(IT)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높은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92년 RIM에 합류하기 전에 세계 최대 회계법인 언스트영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한 적이 있는 발실리 CEO는 그 동안의 풍부한 경영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특히 IT와 관련된 이통 서비스 분야에서는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그 순간부터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정글의 법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변신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RIM이 최근 무선 데이터통신 서비스와 휴대폰 등으로 전선(사업분야)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대적해야 하는 경쟁업체들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팜, 마이크로소프트(포켓PC), AOL(인터넷 서비스) 등 하나같이 IT업계의 최고 실력자들이다.
경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터치의 애널리스트 마크 애반스는 “RIM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들과 또 한번 힘에 부치는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RIM이 지금까지는 ‘직장인’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 비교적 쉽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반 대중을 파고들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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