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기업 CEO를 만난다>(2)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발머 CEO

 지난 2000년 1월 13일 세계 IT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 발표에 깜짝 놀랐다. 빌 게이츠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스티브 발머가 CEO에 오른다고 발표한 것. 1980년 MS에 입사한 발머가 20년 만에 마침내 세계최고 소프트웨어기업의 사령탑을 차지하는 순간이도 했다.

 지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인관계가 좋은 그는 CEO에 취임한 지 이제 만 2년이 막 지난 지금, ‘게이츠의 MS’를 ‘발머의 MS’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업 통찰력과 친화력에 대해 MS에서 6년간 고위 임원으로 근무하다 웹서비스업체 피데식의 CEO로 자리를 옮긴 나심 터파는 “스티브는 전염성이 강하며 매우 활력적인 인물이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 우리는 어느새 그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고 밝히며 “미래 IT시장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웹서비스의 유망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게이츠가 아니고 발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이츠와 발머의 차이점에 대해 “만일 게이츠였다면 웹서비스 코드 에러를 지적했을 테지만 발머는 이보다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팔릴 것인가를 묻는다”며 발머의 사업수완을 치켜세웠다.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한 발머는 흥분을 잘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는 흥분하면 같은 말을 세번이나 반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1980년대 중반 윈도를 처음 선보였을 때도 직원들 앞에서 ‘윈도’를 세번이나 외친 일화는 유명하다.

 MS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한 콘퍼런스 동영상 비디오를 보면 그가 단상에 올라 개발자들(developers) 앞에서 ‘개발자들’이란 말을 무려 열네번이나 외치는 열정적 모습도 나온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러한 발머의 특장점들이 21세기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 MS에 지난 20년간 MS를 인도한 게이츠보다도 MS를 이끌기에 발머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C넷은 리더십, 비전, 업무수행 등을 종합 평가한 점수에서 A-라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그는 정부와 소송을 중지하는 대신 MS 내부에 두기로 한 감독위원회 설치 등 정부의 감시에 효과적으로로 대처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또 앞으로의 IT시장은 협업이 더욱 강조되고 있어 그동안 안좋았던 다른 IT업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 동맹군을 보다 많이 만드는냐 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외에도 4만5000명이 넘는 대식구들에게 어떠한 동기를 부여, 피로증후군에 걸리지 않고 계속 발전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발머가 CEO에 취임한 이후 다른 업체와의 관계가 게이츠보다는 나은 것은 사실이다.

 다른 업체와의 관계 개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발머는 지난 11월 연례미팅에서도 “업계가 우리를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 이제 업계와의 이런 관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컴팩 등은 발머가 CEO가 된 이후 MS와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최근 몇달간 MS는 아주 중요한 3가지 제품(윈도XP 운용체계, X박스 게임 콘솔 , MSN 7.0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선발업체로서의 명성을 과시했다. 이외에도 MS는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인 ‘SQL서버’의 새로운 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또 중소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그레이트플레인스 소프트웨어의 인수를 계기로 새로운 기업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도 준비하면서 서비스 사업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세계의 눈은 용장으로 알려진 발머가 ‘세계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어떻게 ‘세계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성공시킬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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