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존 업무를 정보기기를 활용해 시스템화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부서별로 고유 업무도 있고 또 부서간의 업무 연동으로 협력해야 할 일도 많으며 기업이 정보화로 무장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중소기업에서 ERP가 잘 운용되지 않는 것도 이런 고충이 많기 때문이리라.
POS시스템만 하더라도 IT관계자들은 시스템을 그대로 운용만 하면 되는데 잘 안돌아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지만 현장에 가면 변수들이 너무 많고 시스템을 운용하는 관리자의 의사결정도 요구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적절한 운용방법을 찾지 못함으로 인해 시스템이 잘못됐다든지 소프트웨어가 나쁘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애프터서비스를 나간 사람들조차도 현장업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기계만 보고 돌아오는 것이다. 결국은 정보화에 비싼 투자를 한 셈이 되는 것이다.
POS시스템을 점포에 정착시키려면 3개월 정도 걸린다. 그것은 시스템관리운용자, 사용자의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납품할 때 테스트에 이상이 없던 기계들도 실제 현장에 설치한 후 통신환경, 건물환경 등 제대로 제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이를 돌보듯이 잘 지켜보고 가꾸어나가야 한다.
흔히 POS시스템을 도입하면 그 기대치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전자의 경우는 인건비도 절약되고 판매도 증가되며 재고가 감소되는 일석삼조의 역할을 기대하지만 정보입력을 제대로 했을 때 제대로 된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고 전략적 가치도 생산되는 것이다. 제때에 입력도 하지 않으면서 어떤 기대치를 바라겠는가.
후자의 경우는 매입, 매출, 재고만 평가하고 다른 좋은 프로그램은 별로 관심이 없다. POS 데이터가 구매나 판매, 생산 등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통과 물류의 기본시스템이자 데이터라는 것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SCM만 보더라도 POS데이터가 기본이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선진국에서 IT투자를 유통과 물류 쪽에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력이 있으며 이것은 잘 가꾸고 키워나가지 않으면, 보완하면서 확장시켜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구형 버전의 시스템을 아직도 잘 운용하면서 경쟁력을 탄탄히 지키고 있는 선진국들의 기업을 다시 한 번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이부경 리테일네트워킹 사장 pklee@gumeb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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