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ETRI 선임연구원 bhkang@etri.re.kr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문화의 중요성은 문명간 갈등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 각국은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 중 우리와 국토면적 및 인구가 비슷한 영국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으로 구분해 전략적으로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전통산업의 굴레를 벗어나 멋진 영국(Cool Britannia)을 건설하겠다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10개 문화콘텐츠 발전전략을 담고 있는 ‘ UK Digital Contents Action Plan for Growth’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이 전략에 따라 그동안 103억파운드 수출, 130만 고용창출, GDP 5% 향상효과를 이뤘다.
우리가 영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정부도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CT와 IT등 5개부문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지목하고 향후 5년간 약 10조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CT는 정확한 정의부터 혼란을 일으키는 분야다.
혹자는 문화기술(Cultural Technology) 또는 콘텐츠 기술(Contents Technology)이라고도 한다. 실제 대부분 문화콘텐츠에 적용되는 기술은 IT(Information Technology)에서 파생된 기술이 대부분이다.
CT를 어떻게 학술적으로 정의하느냐의 문제는 콘텐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용어 정의부터 이렇게 애매하니 콘텐츠 아이디어 창출,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인큐베이팅, 상용화로 이어지는 유기적 전략이 체계화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아직도 많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콘텐츠 시장투자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장성보다 막연한 예술성만을 앞세우는 예술인 그룹을 경원시 하는 풍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엘리트들은 예술인을 천시하는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런 부정적인 환경이 한국 고유의 콘텐츠 전략모델, 즉 콘텐츠의 원초적 예술적 아이디어에 기술과 자본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상품화하는 모델에 주요 방해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흔히 기존의 출연연구기관의 원천기술 나열식 대형과제 기획으로는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 막연한 수익모델의 지원센터들도 사실 누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실례로 지난해 한국영화계는 기념비적 한해라 할 수 있지만 또다른 측면으로는 문화산업 제작층이 너무나 얇고 소비층과 소외되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등 2001년에 소개된 조폭 관련 영화들의 수는 실제 조폭들도 놀랄 정도이며 이는 콘텐츠 생산층이 너무나 얇아서 사회의 다양한 문화요구를 능동적으로 소화할 수 없음을 반증한다.
문화산업의 가장 핵심적 요소중에 하나는 원천 아이디어를 자유로히 교환할 수 있는 문화마당이다.
콘텐츠 관련 요소기술의 개발은 중요하다. 마치 의사와 의공학자와의 관계와 같이 CT기술자와 예술가 집단과의 교류가 필요하지는 않을지 검토가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 콘텐츠 개별요소로 세분화해 지원하는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콘텐츠간 간격이 없어지는 시대에 그러한 분류가 기존에 갖는 의미와는 사뭇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적 CT전략 모델을 찾는 것이 현재와 같은 관료주의적 자금지원과 막연한 요소기술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하겠다.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 묻지마 투자로, 종국에는 각종 게이트 사건 등으로 2001년을 마감하는 IT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도 한국형 CT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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