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e마켓의 핵심역량

 ◆곽종훈 매트릭스2B 사장 ceo@matrix2b.com

 

 e비즈니스 바람을 타고 국내에 e마켓플레이스 설립 붐이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대규모 자금을 등에 업고 탄생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나 자생적으로 생겨난 작은 업체, 오프라인을 배경으로 한 업체, 적과의 동침으로 만들어진 연합형 마켓플레이스 등등.

 저마다 화려한 이론과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목소리는 실망과 회의론으로 잦아지는 듯하다. 물론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흑자기조로 들어선 일부 마켓플레이스도 있지만 그 수익은 대부분 본업보다는 외도(?)에 의한 부가수입에 기반하고 있다. 설령 그러한 외도가 성공해 흑자를 낸다 한들, 이는 ‘비즈니스에는 실패하고 성공학 강의와 출판으로 성공한 사업가’를 보는 느낌이라 흔쾌히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마켓플레이스의 화려한 파티는 끝난 것일까. 이제 마켓플레이스의 생존 여부와 미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볼 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아직도 마켓플레이스의 성공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지금은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 고전하고 있지만 인류사의 모든 기술 및 비즈니스의 진화에 있어서 그만한 아픔과 마찰계수 없이 극복된 것이 있는가. 포레스트리서치사도 마켓플레이스가 정화(purge)단계, 방어(fortification)단계를 거쳐, 2002년 이후에는 조화(recociliation)단계에 진입하여 안정된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돼 갈 것으로 예견하고 있.

 사실 우리가 가진 조급함을 조금만 접어두면 마켓플레이스의 미래는 훨씬 낙관적이다. 지나친 거품으로만 보이던 B2C 영역의 전자상거래도 불과 몇년 사이에 생활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듯이 B2B를 가로막고 있는 거래의 투명성, 관습의 장벽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하고 합리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의 각종 복잡한 서류나 관습들이 거추장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지금은 허드렛일까지 하면서 생존에 전념하고 있는 마켓플레이스가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마켓플레이스의 역량을 지나치게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화함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성의 문제로 집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프로세스 개선 효과가 적은 것은 아닐 테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정한 가치는 고객, 거래, 카탈로그 정보와 같은 지식자산일 것이다. 마켓플레이스의 유동성(바이어, 셀러들에 의한)이란 바로 이러한 싱싱한 정보를 살아나게 하는 물과 같다.

 이미 사회는 생산의 시대에서 유통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업 내의 가치사슬이 협업, 네트워크를 통한 산업의 가치사슬로 자연스럽게 확산돼가고 있다. 이 시점에 그 커널을 형성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 바로 이러한 정보이며, 그것을 누가 잘 정비하여 지식자산화하느냐 혹은 그 표준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응하느냐가 주요한 기업경쟁력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의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미 그룹 내 모든 협력사 정보와 제품, 소싱, 거래정보의 통합화를 통한 지식자산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미국의 UCCnet은 이러한 정보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표준을 리드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랭귀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결국 표준화가 디지털 비즈니스 랭귀지를 만드는 작업이라면(정부의 업종별 B2B 시범사업 역시 이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위에 거래가 일어날 수 있게끔 하는 비즈니스 역량과 거래에서 일어나는 풍부한 유동성을 배경으로 정보를 지식자산화하는 역량, 그리하여 그 자산을 무기로 기업으로부터 소싱 영역을 기업 밖의 가치사슬로 빼내오는 역량, 바로 그것이 마켓플레이스의 핵심역량일 것이다.

 다시 또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마켓플레이스의 화두가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가 시작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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