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가 정보화와 IT산업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IT가 일개 산업측면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민간 차원의 노력으로는 이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T 유관부처가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효과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조직체계가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과 PC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정부 조직체계로는 급변하는 IT환경속에서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IT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사업 효율성 악화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IT 유관부서 개편은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각계 관계자들도 이 점에 동감하고 있다.
김영삼 동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각 부처의 정보화 노력을 유기적으로 조정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다양한 정보관련 법령들이 제정된 것은 정부 각 부처들이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정보화를 결합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관 원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 기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객관적인 잣대로 사업을 평가하고 지원한다면 부처간 업무 다툼으로 인한 비효율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컴퓨터업계 원로인 성기수 박사는 “세계 최고의 지식강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혁신, 사람의 혁신,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지식정보시대에 걸맞은 정부조직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 부처의 IT사업 추진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객관적인 평가기준의 부재 탓”이라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체제에 따라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천년민주당의 허운나 의원도 현 조직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허 의원은 “현재 IT조직체계로는 21세기 정보시대를 이끌어나가기에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며 “부처 업무의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끌어낼 수 있는 조직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며 “국가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바탕에서 틀을 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IT 유관부서 개편과 관련해 아웃소싱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부처가 갖고 있는 IT 관련 사업 및 전산자원관리를 외부기관에 맡김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진욱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은 “‘정부(Goverment) IDC’를 설립해 별도 조직으로 운영한다면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중복 투자 및 예산 낭비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조직 개편론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행정학회의 김영평 회장은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국가의 근본적인 조직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는 찾기 힘들다”며 “현재 문제가 많기 때문에 조직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틀 안에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의대 김영삼 교수도 “정보통신부·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가 모두 첨단 기술 개발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서 이를 기능별로 통폐합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며 “상호협력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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