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DC업계 `구조조정` 몸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가 강력한 구조조정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퇴출 바람으로 수많은 중견·중소사업자들이 잇따라 자체 정리에 들어갔고, 이 때분에 3∼4개 대형사업자의 시장점유율만 비이상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년 사업계획에서도 대형사업자와 중소사업자는 큰 차이가 있다. 대형사업자는 금융·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재난복구시스템(DR) 서비스나 모바일IDC 등 신규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중소사업자는 기존 매니지드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버티기’를 할 수 있는 중소사업자는 사정이 괜찮은 편에 속한다. 자금부족에 허덕이는 대다수 IDC사업자의 경우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수준이다.

 모 중견 IDC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운영자금은 확보돼 있으나 대주주가 더이상 희망이 없다며 투자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전반에서는 전문인력이 타분야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인력누수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몸집줄이기 차원에서 회사가 실시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한 외국계 IDC의 마케팅 담당자는 “배가 침몰하기 전에 떠나는 것이 침몰 후 떠나는 것보다 유리할 것 같아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 본사의 파산 이후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열악한 자금 상황에는 대형사업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경기불황의 여파로 입주사들의 부실채권에 시달린 경험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신규수요도 크게 늘지 않아 적자행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부터 업체간 덤핑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뾰족한 대안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그나마 대형사업자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중견사업자 고객을 유리한 조건으로 끌어들여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일이다.

점유율을 바탕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해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몇개씩 IDC사업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불과 2년여 전이다. 국내외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통계수치를 앞세우며 내놓은 ‘IT 아웃소싱시대의 총아’라는 IDC의 장밋빛 비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진정으로 IDC업계에 새 희망의 빛이 필요한 때다.

 <인터넷부·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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