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시스코 등 세계적 하이테크업체들이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현금을 애호, 상당한 돈을 모아놓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가 7일 보도했다.
최근 분기 결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MS는 360억달러라는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매달 10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이 MS 금고에 쌓이고 있다.
또 라우터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경우도 현재 73억달러의 거금을 확보하고 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지난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 컴퓨터 전시회에서 “어려울 때는 현금이 제일”이라며 현금 선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MS에 이어 세계 2위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도 약 60억달러의 현금 다발을 쌓아두고 있는데 래리 엘리슨 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현금은 불공정하지만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는 농담을 최근 하기도 했다.
이들 하이테크 업체가 이처럼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업체들은 “고객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경기가 한치 앞을 알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그리고 현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언제라도 발생할지 모를 전략적 합병이나 투자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금 실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존 코노스 MS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도 “중요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라며 MS의 현금 비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인텔 사장 겸 최고경영자인 크레이그 배럿의 경우 현금축적의 이유를 “연구개발(R&D)을 위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R&D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하며 “인텔은 경기에 관계없이 매년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테크엄체들의 현금 선호는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인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메릴린치 기술 전략가 젠 홍 판은 “첨단 기업들의 경우 보통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MS에 왜 그렇게 많은 돈다발이 필요한지는 반독점 소송이 끝난 뒤에나 물어봐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메릴린치 조사에서도 하이테크업체들은 배당금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시장가치 1억달러 이상 비하이테크 기업의 경우 50% 이상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불했지만 하이테크 기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8.4%에 불과했다.
현재대로라면 금년 6월 MS의 금고에는 480억달러라는 거금이 쌓이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MS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름이 마이크로뱅크로 불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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