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업계가 때아닌 가격상승에 흥분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제조원가 수준의 가격회복은 물론 호황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격상승은 특히 사업통합을 논의중인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가격동향은 이래저래 관심사로 떠올랐다.
◇언제까지, 얼마나 오를까=최근 D램 현물시장 가격은 마치 날개를 단 듯하다. 128M SD램의 경우 최고가를 기준으로 지난 10여일 사이에 무려 60%나 올랐다. 다음주초로 예상됐던 3달러 돌파시기도 사나흘 앞당겨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 추진이 이같은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했으나 단지 이러한 심리적인 이유만은 아니라고 본다. 수급균형에 근접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일부 주요업체들이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공급과잉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불황기에 6주 정도 됐던 D램 재고량은 지난해 3분기말 4주로 줄어들었고 올초에는 2주 정도로 급감했다. 이 기간도 배송기간 등을 고려하면 1주 미만이나 다름없다.
128M SD램 기준으로 지난해 D램 수요 29억개, 공급 31억개로 공급이 많았으나 올해에는 수요 43억개, 공급 41억개로 역전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급균형의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 2분기중, 이르면 1분기말에 수급균형이 이뤄질 것으로 봤으나 이제는 이를 앞당겨 본다.
따라서 D램 가격은 몇번의 조정기를 거치겠으나 적어도 3분기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28M SD램은 1분기에 3.50달러대를 유지하다 2분기 3.90달러, 3분기 4.60달러 등으로 상승한다는 구체적인 전망치도 나돌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D램업체들이 몇차례의 고정거래가 인상을 통해 D램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PC 제조업체로부터 넘겨받은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에 변수?=D램 가격상승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승세가 지속되면 그만큼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대로 마이크론과의 통합 필요성은 적어진다.
3일 현대증권은 “D램 가격회복과 채무조정에 힘입어 하이닉스의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면서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무산되더라도 자생력이 커져 투자의견을 ‘매수’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즉, 현 D램 가격상승세와 채무조정작업이 지속된다면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제휴하지 않고도 ‘독자회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측은 조심스럽다. 협상이 진행중인데다 가격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실하지 않아서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며 일축하면서도 “협상에서 가치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협상은 계속 진행되겠으나 협상과정에서 다소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이닉스는 128M SD램 기준으로 3달러대가 넘어서면 생산원가, 4달러대가 넘어서면 총 원가를 회복해 회생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하이닉스 자체회생보다는 마이크론과의 통합이 채권회수에 유리한 채권단의 입장과 하이닉스 문제의 조기종결을 원하는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은 가격상승과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이닉스 역시 채권단의 출자전환 후 남는 6조원 정도의 부채가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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