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정보기술(IT)주는 경기침체의 본격화로 실적둔화가 뚜렷했다. 국내 대표주인 반도체주가 바닥권을 헤매는가 하면 통신장비주는 매출급감으로 ‘퇴물’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인터넷 등 성장주는 거품이 꺼지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금줄이 막힌 증시의 IT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 뼈를 깎는 기업구조조정을 단행, 살 길을 찾아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부진과 주가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IT업체들의 코스닥등록이 줄을 잇는가 하면 보안주가 스타주로 등장하는 등 나름대로 활기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IT주의 주가가 상당부분 회복된 것은 내년 증시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 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IT 이슈를 정리한다. 편집자◆
◇IT경기 논쟁=올해는 IT경기 논쟁으로 뜨거웠다. 신봉론자들은 IT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비관론자들은 IT주를 팔고 전통주를 사라며 투자자들을 부추겼다.
3분기까지는 비관론자들의 압승이었다. 국내외 대형 IT업체들의 실적악화가 줄을 잇고 반도체가격까지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다. 기업들이 최근 몇년간 호황으로 IT관련 부문 투자를 크게 늘렸으나 올해는 경기침체로 반대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9·11 테러사태는 ‘IT경기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IT업체의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증시가 일순간에 ‘흙빛’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등 대표 IT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하며 당시 공감대를 형성했던 ‘IT경기 바닥론’을 무색케 만들었다. 테러사태로 미국경제가 흔들릴 경우 IT 경기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4분기 들어서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외국인이 10월과 11월 두달 동안 3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종합주가지수를 700선까지 끌어올리는 등 증시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IT경기 회복론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예전에도 주가가 오를 때마다 IT경기 회복론이 반짝 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IT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로 인식됐던 반도체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도 D램가격의 상승세를 이유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를 대거 사들였다. 디스플레이 등 일부 IT분야는 이미 바닥을 다지고 상승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를 전후해 IT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IT경기가 미국 테러로 진(眞)바닥을 확인한 만큼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IT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IT경기 회복논쟁은 해를 넘겨 상당기간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급물살=IT업체들은 올해 구조조정으로 내홍을 앓았다. 상당수 IT업체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과 자금경색으로 생존마저 위협받았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구조조정이 절실했던 것이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해 흡수합병, 영업양수도, 기업분할 등 구조조정 관련 공시건수는 총 43건으로 지난해 34건에 비해 27% 증가했다. 특히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정리하거나 주력 사업부문 강화 및 사업다각화를 위한 영업양수도는 지난해보다 42% 늘어난 17건으로 집계됐다. 윤권택 코스닥증권시장 공시팀장은 “대부분의 영업양도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며 “벤처열풍이 가라앉으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IT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나선 IT업체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내년 4월부터 전자계열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신설법인 LG전자로 기업을 분할하는 안을 지난달에 발표한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기업분할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포함한 비핵심 관계사의 보유지분을 신규 지주회사로 넘겨 재무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올 한해 동양시스템즈, 데이콤, 하이닉스반도체, KEP전자, 유양정보통신, 한솔전자, 이스텔시스템즈, 메디슨, 삼보컴퓨터 등 상당수 IT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 증시의 관심을 모았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IT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조조정 IT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실적개선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CEO 퇴진=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은 지난달 20일 미국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스의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새롬기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사장은 지난 99년 8월 새롬기술을 코스닥시장에 등록시킨 후 인터넷전화서비스의 성장성을 부각시키며 2000년 한때 새롬기술의 주가를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주당 3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코스닥 벤처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는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도 올 상반기 1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올해는 유난히도 CEO 교체가 잦았다.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과 주가하락 때문이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이 가시화된 지난 9월 중순 이후 27개 기업이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3분기는 경기침체로 올해 최악의 분기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 퇴출과 실적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최근에 CEO를 교체한 아펙스, 유니씨앤티, 영흥텔레콤, 쎄라텍, 비테크놀러지 등은 주가하락으로 고전하기도 했다.
증시 및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 실적이 나오면 IT업체들의 CEO 교체 바람이 다시한번 불 것”으로 예상했다.
◇보안주 열풍=안철수연구소, 시큐어소프트, 소프트포럼 등. 올해 보안주 열풍의 주인공이다.
성장성 등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주식으로 꼽히며 등록전부터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던 보안주는 지난 9월 장외 황제주였던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등록으로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간판주자의 입성으로 강력한 테마가 형성되며 코스닥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99년 인터넷주 이후 하나의 IT테마가 시장을 리드하는 경우는 보안주가 처음이라는 평가다. 대박주에 목말라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보안주를 닷컴열풍을 이어갈 테마로 지목하고 강한 매수세를 유입시켰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보안주의 이상과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보안주가 매력적인 주식이긴 하지만 이미 주가가 과열권에 접었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게 책정돼 언젠가는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편 신규 보안주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지난해까지 보안주로 이름을 날렸던 싸이버텍홀딩스와 장미디어인터렉티브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우수 보안업체들이 코스닥시장에 속속 입성하면서 보안유통업체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황없는 IPO=올해 공모시장은 1년 내내 붐볐다. 올해 공모주 청약에 나선 회사는 총 177개사로 연초 100여개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이 여파로 코스닥시장은 등록기업이 721개(증권투자회사 19개 포함)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거래소 상장기업수(688사)를 추월했다. 지난해 코스닥등록업체수는 540개였다.
특히 12월에는 막차를 타려는 40여개 업체가 공모에 나서면서 공모시장이 사상최대의 성황을 맞았다. 올해안에 공모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내년이나 내후년의 회계치를 예측해 본질가치를 다시 정하는 등 공모가격 산정이 까다로운 만큼 올해 안에 끝내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많은 기업이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IPO를 추진할 기업이 어림잡아 200여개에 이른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올해 신규 등록종목 165개 중 등록 주간사가 시장조성에 나선 업체가 16.3%인 27개사에 달하는 등 공모시장 활황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올해 신규 등록된 업체가 전체 기업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신규발행물량으로 시달렸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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