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한해를 지나온 반도체시장은 지속되는 바닥세를 언제 탈출하는가가 단연 올해의 이슈다.
경기침체가 계속돼 완만한 U자도 아닌 L자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는 관측도 많지만 대다수 분석가들은 2분기말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하반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그 폭이 그리 크지는 않다. 많게는 10% 내외, 적게는 5∼6%에 머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2000년도의 호황기를 다시 누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박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PC 및 통신용 반도체 등 주요 제품이 감산을 통해 상당히 재고량이 조정됐고 월드컵·중국 특수 등 수요촉발의 요인이 곳곳에 잠재된 만큼 시점만 잘 맞아떨어지면 부족(shortage) 현상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D램시장 재편이 새해 벽두를 달구고 있다. 시장 2위인 마이크론과 3위인 하이닉스가 적에서 동지로 선회, 새로운 시장구도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안에 양해각서(MOU) 교환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전망이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시스템온칩(SoC)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의 주요 핵심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SoC는 초경량화·고집적화되는 반도체 개발동향과 맞물려 기술 및 시장의 핵심과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니터의 교체수요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LCD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PC수요의 회복과 평판디스플레이에 대한 선호도가 맞물려 공급가 안정과 함께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지난해 삼성SDI·LG전자와 일본 후지쯔히타치플라즈마(FHP)가 양산에 들어간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은 그동안에는 수율과 원가경쟁력 등에 문제가 있어 크게 자리잡지 못했지만 올해부터는 원가절감 노력에 힘입어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이밖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EL은 올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동형 유기EL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능동형 유기EL은 업계 표준기술의 확립이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과 특소세 인하 등 외부 요인이 더해져 올 한해 디스플레이시장은 다른 여느 산업보다도 빠른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말로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분석되는 국내 전자부품경기는 PC·이동전화 등 주요 세트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부품재고도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 3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전자부품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호재로는 차세대 이동전화 및 디지털 가전기기 시장확대와 세계 PC수요 회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칩 부품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조정 여부가 올해 칩 부품 경기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세계 전자공장으로 급부상한 것에 편승, 중국 전자부품업체들이 우리 수출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점과 세트업체의 부품 구입단가 인하 압력이 국내 전자부품업계가 올해 당면한 가장 큰 경영 난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과열기미를 보이는 엔화 절하·달러화 절상이 국내 전자부품산업 경기회복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국내 전자부품의 국제 가격 경쟁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내 전자부품산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고려해볼 때 올해 국내 부품산업의 총 생산은 지난해보다 16.1% 정도 늘어난 14조원대를 넘어설 것이며 수출은 지난해보다 8.1% 정도 신장된 79억4000만달러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인쇄회로기판(PCB)·광픽업·편향요크(DY)·고압트랜스포머(FBT)·커넥터 등 기존 범용부품 및 디지털 가전용 부품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적층세라믹칩콘덴서(MLCC)·네트워크·통신시스템용 부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점쳐져 올해도 부품간에 명암이 교차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조합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생산설비 투자보다는 연구개발·내실 위주의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부품업체와 세트업체가 전략적 제휴를 통한 동반진출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산업전자업계는 올해 월드컵·대선 등 여러가지 호재로 산업인프라(SOC) 차원의 투자가 활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자동화업계는 올해도 대형 제조업체의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선업계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광통신 인프라 구축작업이 일단락되고 설비과잉까지 겹쳐 사상 최호황기였던 지난해 수준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로 인해 자동화·전선업계는 올해 뜨거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경영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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