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의 ‘날개없는 추락’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IT업계의 대응이 조심스런 모습이다. 아직까진 전기·전자 등 IT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한 탓이다. 수출시장 및 주력품목의 다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엔저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IT분야는 물론 우리나라 수출 전면에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인 국내제품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반도체 4.57% △정보통신기기 2.85% △가전제품 0.19%씩의 수출단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현황분석=이동전화단말기 수출의 경우 세계 시장구조가 고·중·저가형으로 정착돼있고 일본산과의 직접적인 충돌도 적어 엔저현상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파급효과를 분석했으나 이미 내년 1분기까지의 대일 수출량을 확보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이번 현상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회사는 대일 수출량에 비해 대미 수출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미국시장에서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PC나 모니터, 광저장장치 수출 역시 주요 경쟁국이 일본보다도 대만이기 때문에 엔저파장을 비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LCD모니터, 노트북PC 등과 같은 품목의 경우에도 일본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대부분 해외로 이전, 엔저로 인해 발생하는 가격경쟁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엔저로 인해 대만의 위안화 절하 부분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위안화 절화와 원화절하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봤다.
◇향후 전망=무역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기·전자업계가 평가하는 적정 원·엔화환율은 100엔당 1070원. 손익분기점 환율로는 1010원을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엔화환율은 전기·전자업계가 보는 손익분기점 환율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엔저현상이 지속세를 보이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1010원도 조만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엔화환율 변동은 우리나라 수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 엔·달러화의 변동률이 마이너스 8.3%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지난 91∼95년간 우리나라의 수출은 14.3% 증가했다. 반면 변동률이 13.4%로 현재와 같은 엔화약세가 뚜렷했던 96∼97년 사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4.4%에 불과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반적 수출구조가 바뀌었다 해도 이같은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7일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김기훈 삼성전자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엔저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산 제품의 가격하락에 대비, 맞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으나 채산성 악화가 문제”라며 장기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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